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지난 7월 들어 다시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호관세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수입을 급격히 늘리면서 월간 무역 적자가 780억 달러를 넘긴 것이다.
미국 상무부는 9월 4일(현지시간) 발표를 통해 2025년 7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783억 달러로, 6월보다 192억 달러(약 32.5%) 늘어났다고 밝혔다. 불과 한 달 만에 적자 규모가 30% 이상 확대된 셈이다. 미국은 올해 초부터 일부 국가 및 품목에 대한 고율 관세를 단계적으로 시행해 왔으며, 이 같은 정책 변화가 무역수지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적자 확대는 관세 시행 직전 기업들이 재고 확보 차원에서 수입을 늘린 영향이 컸다. 7월 한 달 동안 미국의 전체 수입은 3천588억 달러로 전월보다 200억 달러(5.9%)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수출은 2천805억 달러로 소폭(8억 달러, 0.3%) 늘었다. 특히 비(非)통화성 금 수입이 96억 달러 급증한 점이 수입 증가세를 주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품목별로 보면, 자본재 수입이 크게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7월 자본재 수입은 962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기술 산업에 대한 설비투자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통신장비 등의 수입이 각각 15억 달러, 9억 달러 증가했다. 반면 의약품 원료와 자동차 부품 수입은 각각 11억 달러, 14억 달러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스위스와의 무역 적자가 가장 많이 늘었다. 금 수입이 크게 늘면서 미국의 대(對)스위스 무역 적자는 한 달 만에 77억 달러까지 확대됐다. 중국과의 무역 적자도 147억 달러로 전월보다 53억 달러 증가했다. 중국으로의 수출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수입은 247억 달러로 급증하면서 적자 폭이 커졌다.
현재 미중 양국은 ‘관세 휴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제네바 회담에서 상호 부과하던 100% 이상의 관세를 90일간 낮추기로 합의했으며, 지난 8월 11일 이 휴전 기간을 추가로 90일 연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해방의 날’이라는 표현과 함께 국가별 상호관세 계획을 발표했고, 기본 10% 관세는 4월 5일부터, 국가별 개별 관세는 8월 7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에도 관세 정책 변동,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업의 투자 행태 등에 따라 무역수지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과 주요 교역국 간의 무역 협상이 어떻게 진전될지에 따라 수입 규모와 무역 적자 추세에도 변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