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 제작사 스카이댄스를 이끄는 데이비드 엘리슨이 할리우드의 양대 스튜디오 중 하나인 워너브러더스를 새로운 인수 대상으로 지목하면서, 세계 최대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의 독주에 제동을 걸 미디어 거물의 탄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데이비드 엘리슨은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의 창업자 래리 엘리슨의 아들로, 영화 제작사 스카이댄스를 창업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탑건: 매버릭’ 등 다수의 흥행작을 제작하며 이름을 알렸다. 최근에는 80억 달러(약 11조 원)에 달하는 규모로 파라마운트 픽처스를 포함한 파라마운트 글로벌을 인수하며 업계 주목을 받았다. 파라마운트는 CBS, MTV, 니클로디언, 쇼타임 등 다양한 채널을 보유한 통합 미디어 그룹으로, 이 인수만으로도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이번에 관심을 모으는 배경은 엘리슨이 파라마운트 인수에 이어 워너브러더스까지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워너브러더스는 영화와 TV에서 모두 영향력이 큰 콘텐츠 보유 기업으로, HBO, DC 스튜디오, 뉴스 채널 CNN 등도 산하에 두고 있다. 두 기업이 실제로 합병에 성공할 경우,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스트리밍 서비스인 ‘파라마운트 플러스’와 ‘HBO 맥스’의 통합까지 이어질 수 있다. 금융업계 전문가는 이 같은 조합이 넷플릭스를 위협할 강력한 플레이어로 부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런 움직임을 "할리우드의 권력 지형을 뒤흔드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각사 모두 무성영화 시기부터 시작해 케이블TV 시대를 지나 지금의 스트리밍 시장까지 살아남은 전통 강자들이지만, 개별로는 넷플릭스 및 디즈니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따라서 콘텐츠와 플랫폼을 집약한 대형 법인의 탄생은 단순한 규모 확대를 넘어 시장 질서를 재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러한 대규모 합병은 정치적 요소와도 맞물려 있다. 부친인 래리 엘리슨은 공화당의 대표적 후원자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미국 정권이 공화당 소속인 만큼 인수 환경이 우호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민주당 행정부 하에서는 언론 통합에 대한 반독점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진척이 어려웠던 사안들이, 현재 정부에서는 더 유연하게 접근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대형 인수를 바라보는 시각이 모두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산업 내에서는 일자리 축소와 콘텐츠 구매처 감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시장경쟁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인수가 최종 성사되더라도 그것이 장기적으로 미디어 산업의 다변성과 소비자 선택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스트리밍과 콘텐츠 시장에서 거대 자본이 결합된 초대형 기업의 재편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 기존 미디어 기업들과 빅테크의 영역 구분이 무너지고 있는 가운데,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에 따라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판도 변화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