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지난 8월 주식과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규모를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기업공개(IPO)와 대규모 유상증자가 없었던 것이 주요 원인이다.
금융감독원이 9월 22일 발표한 ‘2025년 8월 중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실적’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주식 발행 규모는 8천86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보다 무려 81.6% 줄어든 수치다. 특히 유상증자는 5천894억 원에 그쳐 7월의 4조1천836억 원에 비해 85.9%나 감소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포스코퓨처엠 등 주요 기업들이 7월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으나, 8월에는 이와 같은 빅딜이 없었던 탓에 기저효과가 부각됐다.
같은 기간 기업공개(IPO)도 감소세를 보였다. IPO 규모는 2천968억 원으로, 전월 대비 52.9% 줄었다. 대형 IPO가 부재한 가운데, 코스닥 시장을 겨냥한 중소형 기업 위주로 상장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형 IPO는 시장 내 유동성을 늘리는 한편, 투자자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벤트지만, 이번에는 이렇다 할 기업이 등장하지 않았다.
채권 시장에서도 조달 규모가 전반적으로 줄었다. 8월 한 달간 회사채 발행액은 총 18조6천296억 원으로, 7월보다 20.5%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일반 회사채가 8천620억 원, 금융채는 16조9천409억 원, 자산유동화증권(ABS)은 8천267억 원으로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이는 금리 고공 행진과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들이 장기 자금 조달에 신중해진 결과로 해석된다.
단기 금융시장도 위축이 감지됐다. 단기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되는 기업어음(CP)과 단기사채 발행 규모는 8월 한 달간 총 133조9천838억 원으로 전월 대비 3.5% 줄었다. 특히 CP 발행은 17.9%나 감소했지만, 단기사채는 오히려 3.7% 증가해 상반된 움직임을 보였다. 이는 기업들이 단기 유동성 확보는 계속 필요로 하되, 비교적 금리가 낮은 단기사채를 선호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금리 상승 기조가 지속되고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기업들이 대규모 자금 조달보다는 비용 절감을 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다만 향후 시장 상황이 안정되고 신규 상장 기업들의 경쟁력이 부각된다면, 기업공개나 유상증자 등 자본시장 활동도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