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이 투자 수익 확대를 위해 주식이나 채권 같은 유가증권에 손을 대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올해 들어 전체 보유 규모가 작년 말보다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중심의 기존 영업 환경이 악화되자 자산 운용 방식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21일 저축은행중앙회와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유가증권 잔액은 2025년 9월 말 기준 12조 5천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말 잔액인 8조 9천억 원과 비교해 40.5% 증가한 수치로, 지난 몇 년간 유가증권 잔액이 연간 10% 내외로 늘어난 추세에 비해 매우 가파르다. 특히 상위 10개사 중 애큐온저축은행은 같은 기간 잔액이 1천986억 원에서 9천975억 원으로 400% 넘게 폭증했으며, 신한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도 각각 90% 이상, 60% 이상 성장세를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정부의 대출 규제로 인한 수익원 축소가 자리하고 있다. 올 6월 27일 발표된 부동산 대책으로 가계 신용대출 한도가 대폭 줄어들었고, 부동산 개발 사업자에 대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도 담보가치 하락과 판매 지연이 겹치면서 사실상 어려워졌다. 전통적인 수익 기반인 이자 수익 확보가 제한되자, 저축은행들은 저축성 자금을 유가증권에 투입해 수익을 찾아나선 것이다.
게다가 2025년 들어 한국 주식시장이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 지수 4,000선을 돌파하면서 주식시장 열기가 고조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증시 활황이 이어지자 은행들은 국공채 등 안전자산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주식 및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는데, 일부는 기업형 펀드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또한, 저축은행이 참여한 부동산 PF 정상화펀드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저축은행들은 이 펀드에 대출채권을 넘긴 뒤 출자금 형식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는 유가증권 형태로 회계상 인식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저축은행 전체 유가증권 중 약 20%, 약 2조 6천억 원가량이 이 펀드와 관련된 자산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유가증권 확대는 수익 다변화라는 긍정적인 측면과 동시에, 금융기관이 시장 변동성에 더 크게 노출된다는 위험도 안고 있다. 특히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아질수록 금리 변동, 주가 하락 등에 따라 손실 발생 가능성도 높아진다. 실제로 다수의 PF 펀드 투자 대상은 지방 또는 준공 전 단계인 브릿지론 성격의 대출이어서, 경기 악화 시 손실로 이어질 심리적 부담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대출 규제가 당분간 유지되는 가운데, 금융사들이 자산 운용 측면에서 수익 확보를 꾀하려는 움직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위험 투자 비중 증가에 따른 리스크 관리 강화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저축은행 전체의 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