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이 총 35억 달러 규모의 외화채권(글로벌 본드)을 성공적으로 발행하면서, 정부의 인공지능 산업 전환 정책을 금융시장에 공식 반영한 첫 사례가 나왔다. 동시에 친환경 분야 투자 유치도 강화하며 정책 금융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이번에 발행된 글로벌 본드는 총 세 가지 형태로 구성됐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5억 달러 규모의 10년 만기 채권이다. 이 채권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공지능(AI) 전환 지원’이라는 정책 목적을 명시하고 발행됐다. 수출입은행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한국 정부의 AI 산업 육성 방향을 설명하고, 그에 대한 투자 수요를 확인해 자금을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책금융이 단순 자금 조달을 넘어 중장기 산업 전략과 연계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 다른 12억 5천만 달러 규모의 채권은 3년 만기로 발행됐다. 이 채권은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 등 탈탄소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입하기 위해 발행된 그린본드다. 국제 금융 시장에서는 탄소중립과 지속가능한 투자를 대표하는 금융 수단으로, 특히 유럽계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수출입은행은 이와 같은 채권을 통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정책 이행에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 발행 규모 35억 달러는 정부가 지난 1998년 한 차례 발행한 40억 달러 외화채권을 제외하면, 단일 기관 기준으로 국내에서 이뤄진 역대 최대 규모 중 하나다. 특히 2023년 수출입은행이 발행했던 동일한 수준의 글로벌 본드를 다시 기록한 셈이다. 은행 측은 이번 발행 전 중앙은행과 국제기구 등 주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실시했으며, 2026년도 자금 조달 계획도 사전에 공유하는 등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이 같은 대규모 외화자금 조달이 가능했던 것은 국내 경제의 회복 흐름과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증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정학적 긴장과 세계 주요국의 금리정책 변동성이 남아 있는 시장 여건에서도 수출입은행이 새해 첫 대형 채권 발행을 성공시킨 것은 국내 '한국물'(Korean Paper, 한국이 발행하는 외화 채권)의 경쟁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국내 정책금융기관들이 산업 전환, 디지털화, 탄소중립 등 구조 변화에 적극 투자할 수 있는 기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 연계 채권 발행이 늘어나면서, 자금 조달뿐 아니라 국정 과제의 국제적 이해와 협력도 동시에 추진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