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이달 중 포용금융추진단을 출범시키면서, 중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금융의 공적 역할을 강화하는 논의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단순한 지원책을 넘어 여신체계와 신용평가 방식까지 손보는 방안이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권 전반의 운영 원칙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고된다.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달 안에 포용금융추진단 킥오프 회의를 열기 위해 분과 구성과 안건 조율 등 실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정책국뿐 아니라 금융산업국, 금융소비자국, 디지털금융정책관 등 여러 부서가 함께 참여하는 대형 논의기구로 꾸려질 전망이다. 이는 최근 대통령실이 금융을 단순한 민간 영업 영역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함께 지는 공공적 시스템으로 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강하게 드러낸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해석된다.
핵심 의제 가운데 하나는 신용평가 체계 개편이다. 지금의 신용평가는 차주의 과거 금융이력과 상환 기록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인데, 이 방식은 소득이 불안정하거나 금융거래 이력이 짧은 사람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개인의 상환 의지와 미래 소득 가능성, 비금융 정보 활용 등 보다 입체적인 평가 방식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결국 신용등급이나 신용점수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대출 시장에서 배제되는 구조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중저신용자 대출이 실제로 줄고 있다는 점도 이번 논의에 힘을 싣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저축은행·상호금융·여신전문금융업권이 공급한 중금리대출은 27조8천100억원으로 2024년 30조9천100억원보다 3조1천억원 감소했다. 특히 은행권 공급액은 8조6천9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7% 줄었는데, 은행권 중금리대출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저축은행은 10.1%, 상호금융은 34.3%, 여신전문금융업권은 4.9% 각각 줄어 전 업권에서 위축 흐름이 나타났다. 금리 부담도 뚜렷하다. 지난해 8월 말 기준 중신용자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5.4∼10.7%로, 고신용자의 연 4.9∼5.1%보다 최대 2배 이상 높았다.
추진단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 당시 내세운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약속을 얼마나 이행했는지, 서민금융기관의 정책 방향을 어떻게 다시 짤지 등도 함께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회사가 중저신용자 대출을 무리하게 늘릴 경우 연체율과 부실 위험이 높아지고, 그 비용이 다른 차주의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이런 이유로 금융위는 시민단체, 사회활동가, 연구기관 등 외부 인사를 폭넓게 참여시켜 사회적 합의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정책 추진 과정에서 시장이 관치금융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속도와 방식의 균형을 잡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금융정책의 기준이 수익성 중심에서 접근성·포용성 중심으로 일부 이동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