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24일 최근의 고금리·고물가·고환율 현상을 한국 경제의 구조 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담으로 규정하면서, 부동산·외환·금리·물가 전반에 걸쳐 보다 선제적이고 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성공의 비용’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금의 시장 불안을 단순한 위기 신호로만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 실적과 수출이 강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금리와 환율이 오르고 집값까지 다시 들썩이는 현상이 겉으로는 모순처럼 보이지만, 한국 경제가 이전의 저성장·저물가 국면과는 다른 단계로 이동하는 과정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2026년 한국 경제가 명목성장률 10%에 육박하는 흐름에 진입하고 있으며, 반도체와 인공지능 기업의 실적 개선이 교역조건을 끌어올리고, 그 효과가 기업 이익·임금·자산 가격·세수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이런 변화가 시장의 모든 부담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정부가 가장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분야라고 짚었다. 명목 성장률 상승, 금융시장과 자산시장의 동반 움직임, 입주 물량 감소가 겹치면서 집값 상승 압력이 다시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급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투기성 수요를 억제하고 시중 자금이 부동산으로 과도하게 몰리는 현상을 막는 수요 관리 대책이 함께 가동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 움직임을 뒤따라가기보다 정부가 더 빠르고 강하게 개입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환율과 금리에 대해서는 현재 상황의 원인을 외환위기 때와 같은 외화 부족에서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올해 코스피가 70% 이상 오르면서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의 평가액이 2천600조원 수준으로 불어났고, 이 과정에서 외국인 매도와 환전 수요가 늘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즉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약해서라기보다 국내 자산 가격 상승과 외국인 자금 이동이 맞물린 결과라는 뜻이다. 금리 역시 고유가에 따른 세계 인플레이션 우려, 주요국 통화 긴축 가능성,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함께 작용한 결과로 봤다. 그는 금리를 인위적으로 무조건 누르거나 반대로 높은 금리를 그대로 방치하는 접근 모두 위험하다며, 경제의 기초 여건보다 금리가 과도하게 앞서가지 않도록 관리하고 충격이 취약 계층과 취약 업종에 집중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물가와 대외 건전성에 대해서는 보다 종합적인 대응 필요성을 제기했다. 물가와 관련해서는 에너지 가격 안정 조치와 함께 담합 등 불공정한 시장 구조를 바로잡는 대책까지 동원해야 하며, 단순히 시장 기능에 맡겨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또 외국인 보유 국내 자산이 전례 없이 커진 만큼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환율의 절대 수준이나 순자산 규모보다 경상수지 흑자의 지속 가능성과 외화자금 시장의 안정성을 핵심 지표로 봐야 하며, 외환보유액 확충과 유동성 안전판 마련을 새로운 정책 과제로 본격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외국인 자금 변동성에 대한 구조적 완충 장치로 내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 비중 확대를 제시하면서, 퇴직연금 활성화와 청년형 아이에스에이(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같은 투자 유인책이 대외 건전성 관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언은 최근의 고환율·고금리·고물가를 단기 불안에 그치지 않고 한국 경제의 체질 변화와 연결해 해석하려는 청와대의 인식을 보여준다. 다만 이런 진단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려면 부동산 억제, 물가 안정, 외환 안전망 확충, 장기 자금의 국내 금융시장 유입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정부가 경기 부양보다 시장 안정과 구조 관리에 더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조정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