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8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다시 묶어두면서도, 앞으로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더 강하게 열어두는 쪽으로 통화정책 기조를 옮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결정으로 기준금리는 지난해 7·8·10·11월과 올해 1·2·4월에 이어 8차례 연속 동결됐다. 겉으로는 금리를 그대로 유지했지만, 시장이 주목하는 지점은 동결 자체보다 그 이후의 방향이다. 중동 전쟁이 길어지면서 국제 유가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고, 이에 따라 국내 물가도 다시 들썩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당장 금리를 올리기보다 상황을 좀 더 확인하되, 물가 불안을 억누르기 위한 긴축 카드도 검토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뜻으로 읽힌다.
물가 여건은 최근 들어 한층 부담스러워졌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로 2024년 7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고, 석유류 가격 상승률은 21.9%로 2022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산자물가 상승률도 4월 2.5%로 외환위기였던 1998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생산자물가는 기업이 체감하는 원가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여서,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더 밀어 올릴 가능성이 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도 5월 물가가 석유류 가격과 농축수산물 기저효과 때문에 더 크게 오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2%에서 2.7%로, 내년 전망치는 2.0%에서 2.3%로 각각 높였다.
반면 경기는 예상보다 견조하다. 중동 정세는 분명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지만, 반도체 수출이 이를 상당 부분 상쇄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은 전 분기보다 1.7% 성장해 지난 2월 한국은행 전망치였던 0.9%를 크게 웃돌았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강하고 오래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성장률 전망도 상향 조정됐다. 한국은행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2.6%로, 내년 전망치는 2.1%로 0.3%포인트 올렸다. 물가는 오르고 성장은 버티는 조합은 중앙은행으로서는 금리를 낮출 이유보다 높일 명분이 커지는 환경에 가깝다.
대외 변수도 한국은행의 고민을 무겁게 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중동 전쟁 여파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살아나면서,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연내 금리 인하 대신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여기에 수도권 집값 상승세와 1,500원을 넘나드는 원/달러 환율도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경계할 대목이다. 집값이 다시 오르면 금융 불균형이 커질 수 있고,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자극해 국내 물가를 더 밀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통화정책방향 의결문과 신현송 총재 기자간담회, 그리고 금통위원들의 6개월 뒤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에 금리 인상 신호가 얼마나 담길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금통위원들의 최근 발언도 이런 해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유상대 부총재는 지난 3일 금리 인상에 관한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고, 지난 15일 취임한 김진일 금통위원도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한층 커졌다고 언급했다. 결국 이번 동결은 경기 부진을 우려한 방어적 동결이라기보다,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한 차례 숨을 고르면서도 다음 선택지를 인상 쪽으로 열어둔 결정에 가깝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국제 유가, 환율, 수도권 주택시장, 미국 통화정책 변화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한국은행의 실제 금리 인상 여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