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국내 기업의 자금조달 시장에서는 회사채 전체 발행이 늘었지만, 일반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는 오히려 줄면서 올해 들어 이어진 순상환 흐름이 계속됐다.
금융감독원이 2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6년 4월 주식과 회사채를 합한 공모발행액은 22조6천157억원으로 전월보다 13.2% 증가했다. 이 가운데 회사채 발행액은 22조2천21억원으로 13.6% 늘어 전체 증가세를 이끌었다. 다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일반회사채는 4조1천74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2.7% 감소했다. 일반회사채는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등 일반기업이 운영자금이나 차입금 상환 등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인데, 최근에는 새로 자금을 조달하기보다 기존 빚을 갚는 흐름이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4월 일반회사채는 3조4천780억원 순상환을 기록했다. 순상환은 새로 발행한 금액보다 만기 도래 등으로 갚은 돈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이런 흐름은 올해 들어 매달 이어지고 있다. 자금 용도별로는 차환성 발행이 3조2천820억원으로 전체의 78.6%를 차지했다. 신규 투자나 사업 확장보다 기존 채무를 갈아타는 목적이 중심이었다는 의미다. 배경에는 금리 부담이 있다. 무보증 3년물 AA- 등급 회사채 금리는 4월 내내 대체로 연 4%대에서 움직였고, 4월 30일에는 연 4.248%까지 올랐다. 기업 입장에서는 높은 이자를 감수하면서까지 회사채를 새로 찍기보다 발행 시점을 미루려는 유인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금융회사가 발행하는 금융채는 큰 폭으로 늘었다. 4월 금융채 발행액은 16조6천743억원으로 전월보다 24.0% 증가했고, 특히 은행채는 6조3천294억원으로 88.4% 급증했다. 통상 4월에는 은행권에서 배당금 지급이나 부가가치세 납부 등으로 예금이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대응해 채권 발행을 늘려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자산유동화증권, 즉 대출채권이나 할부금융채권 같은 자산을 기초로 발행하는 증권도 1조3천538억원으로 2.6% 증가했다. 이런 영향으로 4월 말 전체 회사채 잔액은 745조2천807억원으로 전월보다 0.3% 줄었지만, 시장 전체로는 금융채가 발행 증가를 떠받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주식 발행은 다소 줄었다. 4월 주식 발행액은 4천136억원으로 전월보다 6.0% 감소했다. 기업공개는 1천577억원으로 25.0% 줄었고, 기존 주주 외부에서 자금을 더 받는 유상증자는 2천559억원으로 11.4% 늘었다. 단기 자금시장에서는 기업어음 발행액이 56조3천404억원으로 20.5% 증가했고, 단기사채는 170조2천634억원으로 10.8% 늘었다. 장기 조달인 일반회사채 발행이 위축된 대신, 금융권과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단기성 조달 수단을 더 활발히 활용한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금리 수준이 당분간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경우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일반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언제 개선될지가 회사채 시장의 다음 분기 분위기를 가를 핵심 변수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