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정부가 기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예정보다 먼저 종료하고 새로운 지원 체계로 갈아타기 위한 협상에 나서면서, 외환 불안과 성장 둔화에 대응하는 경제 운용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4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정부 관계자들은 국제통화기금과 새 구제금융 조건을 놓고 조만간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제통화기금 실무진은 수주 안에 방글라데시를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제안은 2023년 1월 외환위기 대응 차원에서 시작된 기존 지원 프로그램이 최근의 정치·경제 환경 변화로 더는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기존 프로그램은 방글라데시에 총 38억달러, 우리 돈 약 5조8천억원을 여러 차례 나눠 지급하는 구조였다. 국제통화기금은 이 가운데 다섯 차례 지급을 마쳤지만, 지난해 11월 6번째 지급분 협상은 중단했다. 이후 새 정부와의 협상 재개 방침이 정해졌고, 지난 2월 총선에서 승리해 출범한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 정부는 아예 기존 프로그램을 조기 종료한 뒤 새로운 틀에서 지원을 받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내놨다.
배경에는 정권 교체와 경기 여건 악화가 함께 깔려 있다. 국제통화기금에 지원을 요청했던 셰이크 하시나 당시 총리는 2024년 8월 대학생들의 반정부 시위 이후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후 과도정부를 거쳐 새 정부가 들어섰다. 방글라데시는 그동안 세수 확대, 에너지 보조금 합리화, 환율 유연성 확대 같은 개혁을 추진해왔지만, 높은 인플레이션과 둔화한 성장세, 지난 2월 말 시작된 중동전쟁 같은 대외 변수로 정책 이행 부담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환율 유연성은 정부가 환율을 강하게 묶어두기보다 시장 상황을 더 반영하도록 하는 조치를 뜻한다.
새 정부는 개혁 자체를 멈추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현 총리의 재정고문인 라세드 알 마흐무드 티투미르는 로이터에 방글라데시는 개혁을 계속하되, 현재 경제 사정을 반영한 현실적이고 단계적인 방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도 방글라데시 정부의 제안을 확인하면서, 거시경제 안정과 경제 복원력, 통합 성장을 지원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글라데시는 앞으로 3∼4년간 적용되며 최대 60억달러, 우리 돈 약 9조2천억원을 지원받는 새 프로그램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협상은 단순한 자금 지원 요청을 넘어, 국제통화기금식 개혁의 속도와 강도를 방글라데시의 현재 여건에 맞게 다시 조정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방글라데시가 재정 건전성과 물가 안정, 외환시장 안정이라는 과제를 어떻게 절충하느냐에 따라 새 지원 규모와 조건, 그리고 시장 신뢰 회복 속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