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급증에 힘입어 한국 경제가 회복 국면에 들어섰지만, 성장의 온기가 산업과 고용, 내수 전반으로 고르게 퍼지지 못하면서 경기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7일 내놓은 ‘2026년 2분기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겉으로는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실제로는 특정 업종에 성장이 집중되는 이른바 K자형 경제가 심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직전 동기 대비 1.7%로, 지난해 4분기 부진에서 뚜렷하게 반등했다. 특히 반도체가 수출 회복을 사실상 이끌고 있다. 올해 5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53.2% 늘었고,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갔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1년 전 약 24%에서 최근 42%까지 높아졌다.
문제는 이런 회복세가 경제 전반의 체력을 끌어올리는 단계까지는 아직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원은 고유가 충격으로 가계의 소비 여력이 약해지고, 기업의 전체 설비투자도 활력을 잃고 있다고 봤다. 제조업과 건설업에서는 고용 감소가 이어지고 있고, 서비스업 역시 예전만큼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청년층 취업률은 4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여, 경기 회복이 체감 고용으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적 약점이 드러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물가와 금리 부담도 경기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혔다. 국제유가 상승은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를 밀어 올리고, 이는 다시 소비자물가를 자극하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개월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연구원은 고유가와 고환율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그 결과 높은 금리 수준이 이어지면 내수 회복이 더딜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집행은 소비심리를 떠받치는 긍정적 변수로 평가했다. 재정을 통해 당장 위축된 민간 심리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연구원은 이런 여건을 반영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유지했지만,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언제 꺾이느냐에 따라 경기 하강 속도가 예상보다 가팔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외환 당국은 고환율 국면에서 대외 신인도 제고와 시장 심리 안정에 힘써야 하고, 정부는 추경을 신속히 집행해 경기 안정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반도체 이후를 책임질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청년 실업을 완화할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성장 구조를 얼마나 분산시키고, 내수와 고용의 회복력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에 따라 경기 흐름의 안정성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