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의 초대형 기업공개에서 한국 개인투자자들은 청약에 참여하고도 최종 배정 물량을 한 주도 받지 못하면서, 글로벌 흥행 뒤에 가려진 국내 투자자 소외 문제가 불거졌다.
스페이스X는 지난 11일 공모가를 주당 135달러로 확정하고 보통주(A주) 5억5천556만 주를 매각해 750억 달러를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주관사들이 추가 배정 옵션인 그린슈를 행사하면서 최종 발행 주식 수는 6억3천889만 주로 늘었고, 전체 조달액도 857억 달러로 커졌다. 이는 종전 최대 기록으로 거론되던 사우디 아람코의 290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시장의 관심이 쏠린 이유는 공모 규모뿐 아니라, 기관 중심이던 대형 상장 관행에서 벗어나 개인투자자에게 최대 30%를 배정하겠다는 이례적 구조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실제 최종 개인 배정 비율은 20%로 낮아졌지만, 전 세계 청약 수요는 1천억 달러를 넘길 만큼 열기가 거셌다. 미국에서는 로빈후드, 찰스슈와브, 피델리티, 소파이 등 개인 대상 증권사를 통해 청약한 적격 고객들이 최소 1주 이상을 배정받았고, 로빈후드 청약자만 85만5천424명에 달했다. 일본에서도 1조 엔이 넘는 청약이 몰린 끝에 1천630만 주, 22억 달러어치가 배정됐다. 영국에는 약 10억 달러 청약에 3억6천400만 달러어치가, 영국을 제외한 유럽에는 25억 달러 청약에 6억 달러어치가 돌아갔다. 청약 대비 배정 비율은 낮았지만, 주요 국가 개인투자자들이 일정 부분 물량을 받아간 셈이다.
반면 한국은 결과가 달랐다. 인수단에 참여한 미래에셋증권에는 당초 231만여 주가 배정될 예정이었지만, 대표 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최종 단계에서 해당 물량을 전량 회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린슈 행사로 전체 발행 규모까지 늘어난 상황에서 한국만 사실상 배정 대상에서 제외되자, 국내 투자자들의 반발은 더 커졌다. 미래에셋증권은 청약 증거금을 전액 환불하면서 고객 불편에 사과했지만, 물량 확정 전에 경영진까지 나서 적극적으로 청약을 알렸던 점은 논란을 키우는 배경이 됐다. 금융감독원도 기한을 정하지 않고 미래에셋증권 검사에 착수했으며, 단순 판매 절차를 넘어 내부통제 전반을 들여다볼 가능성도 거론된다.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은 이번 공모가 왜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는지를 보여준다. 스페이스X 주가는 상장 이틀째인 15일 공모가보다 42.6% 오른 192.5달러로 마감했고, 시가총액은 2조5천억 달러로 뛰었다. 기업가치 급등이 현실화하자 공모주를 받지 못한 투자자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번 사례는 글로벌 공모가 개인투자자 참여 확대라는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실제 배정은 주관사 판단과 국가별 유통 구조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해외 대형 기업공개에 국내 증권사가 참여할 때 배정 안정성, 투자자 안내 방식, 내부통제 책임을 더 엄격하게 따지는 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