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케빈 워시 신임 의장 체제의 첫 회의에서 예상보다 강한 긴축 신호를 내놓으면서, 시장은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를 보면, 워시 의장이 17일(현지시간)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뒤 가진 기자회견과 회의 성명에는 연준의 정책 방향 변화가 뚜렷하게 담겼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금리 전망이다. FOMC 위원 18명 가운데 9명이 올해 안에 최소 한 차례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지난 3월 전망에서는 연내 인상을 점친 위원이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위기가 빠르게 바뀐 셈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시중 자금 조달 비용을 높여 물가를 누르는 효과를 노리는 조치다.
이번 메시지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금리 인하 요구와는 결이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완화적 통화정책을 선호해 왔지만, 워시 의장은 첫 공개 발언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연준의 최우선 과제로 물가 안정을 강조했다. 연준은 법적으로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두 가지 책무를 함께 지니는데, 이번에는 고용보다 인플레이션 억제에 무게를 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새 의장이 정치권 요구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키려 한다는 신호로도 받아들여진다.
워시 의장은 정책 기조뿐 아니라 연준 운영 방식의 손질 가능성도 함께 내놨다. 그는 소통 방식, 대차대조표 운용, 데이터 출처, 생산성과 고용, 인플레이션 분석 틀 등을 점검할 태스크포스(TF)를 꾸리겠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은 단순히 물가 지표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데이터를 신뢰하고 어떤 틀로 경제를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TF 구상은 올해 말까지 연준의 정책 설명 방식과 의사결정 체계가 적지 않게 바뀔 수 있음을 예고한 것으로 읽힌다. WSJ은 워시 의장이 기자회견을 “전달할 메시지가 있을 때 유용한 도구”라고 말한 대목에도 주목했는데, 이는 앞으로는 모든 회의 뒤에 기계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금융시장은 곧바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연준이 물가 억제에 더 강한 의지를 보이자 단기 금리에 가장 민감한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고,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해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주식시장도 부담을 느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2% 하락했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지고, 미래 이익의 현재 가치가 낮아져 주가에는 대체로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번 회의는 새 의장이 연준 내부의 이견을 관리하는 데도 일단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롬 파월 전 의장 시절 마지막 회의에서는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문구를 둘러싸고 위원들 사이에 공개적인 반대가 나왔지만, 이번에는 성명 분량을 이전의 절반 이하로 줄여 불필요한 해석 여지를 최소화했다. 간결한 문안으로 합의를 끌어낸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미국 통화정책이 정치적 요구보다 물가 지표와 시장 기대 인플레이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향후 발표될 물가와 고용 지표에 따라 연준의 긴축 강도가 더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