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이산화탄소를 정제·액화해 저장하고 운송하는 기반 기술 개발 사업에 참여하면서, 국내 탄소 포집·저장 인프라 구축 논의가 한층 구체화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3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주관하는 '다중 배출원 적용 이산화탄소 전처리·액화·벙커링 허브 실증 기술개발' 국책과제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산업 현장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고순도로 정제한 뒤 액체 상태로 만들어 보관하고 옮기는 전 과정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탄소 포집·저장(CCS·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기술)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꼽히는데, 포집 이후 운송과 저장 단계의 기반 시설이 갖춰져야 실제 사업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번 과제의 의미가 크다.
현대건설은 이번 사업에서 이산화탄소 액화 공정 설계와 함께 전처리·액화·적하역을 하나로 묶는 통합 엔지니어링을 맡는다. 전처리는 포집한 이산화탄소에서 불순물을 제거해 저장과 운송에 적합한 상태로 만드는 과정이고, 적하역은 선박이나 저장시설로 싣고 내리는 절차를 뜻한다. 결국 현대건설은 이산화탄소를 안정적으로 액화하고, 이를 저장탱크와 터미널, 항만으로 이어지게 하는 전체 흐름을 설계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회사는 앞으로 실증 플랜트 설계와 운영 데이터를 활용해 공정을 더 효율적으로 다듬을 계획이다. 실제 설비를 돌리며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에너지 사용량, 처리 효율, 안전성 같은 요소를 개선하겠다는 뜻이다. 동시에 액화 이산화탄소 저장탱크와 터미널, 항만을 연계하는 설계 기술도 개발해 국내외 CCS 허브와 탄소 운송 인프라 구축에 활용할 엔지니어링 역량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히 설비 한두 개를 짓는 수준을 넘어, 이산화탄소를 산업 현장에서 모아 집하하고 바다나 육상 운송망으로 연결하는 거점 체계를 준비하는 단계로 볼 수 있다.
이번 과제에는 고등기술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서울대, 동아대,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HD한국조선해양, GS칼텍스 등도 참여한다. 연구기관과 대학, 제조업체, 물류·조선 기업이 함께 들어온 것은 이산화탄소 포집과 저장 사업이 특정 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라 생산·운송·저장·활용이 맞물린 산업 생태계 사업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국내에서도 탄소 감축 규제가 강화될수록 저장 거점과 해상 운송 체계 수요가 커지면서, 관련 실증 사업과 인프라 투자가 더 확대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