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버스와 탈레스, 레오나르도의 우주사업 부문 통합 추진을 두고 유럽에서 반독점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유럽의 대표 방산·항공우주 기업들이 한데 묶이면 미국 스페이스엑스에 맞설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반대로 유럽 공공 우주사업의 공급업체가 줄어들어 시장 경쟁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독일 우주·위성 제조업체 OHB의 마르코 푹스 최고경영자는 이번 합병이 성사될 경우 정부와 공공기관이 우주 프로그램에 참여시킬 업체 선택지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통합이 경쟁을 약화시키는 방향이며, 유럽 시민과 납세자, 그리고 시장의 공급 구조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 발주 사업에서 경쟁이 줄면 통상 가격은 오르고, 기술 혁신을 압박하는 힘도 약해질 수 있다는 게 이런 비판의 핵심이다.
이번 합병은 암호명 ‘브로모’로 불리며, 에어버스와 프랑스의 탈레스,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가 지난해 10월 기본 합의한 사안이다. 세 회사는 조만간 유럽 경쟁당국에 정식으로 반독점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구상 자체는 에어버스·레오나르도·영국 BAE시스템스가 함께 참여한 미사일 업체 MBDA의 설립 모델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움직여서는 대형 우주산업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판단이 이번 재편 논의의 배경으로 읽힌다.
합병을 추진하는 쪽은 무엇보다 규모의 경제를 내세우고 있다. 스페이스엑스의 스타링크가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에서 빠르게 세력을 넓히는 상황에서, 유럽도 분산된 역량을 묶어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푹스 최고경영자는 이 비교 자체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스페이스엑스는 발사체와 위성통신 서비스가 중심인 반면, 이번 합병 대상 기업들은 유럽 기관 고객을 상대로 한 위성 제조가 핵심이어서 애초에 경쟁 구도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그는 문제의 본질이 미국 기업 견제가 아니라 유럽 내부의 독점 형성 가능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럽우주국(ESA), 유럽집행위원회, 각국 정부가 발주하는 갈릴레오 같은 프로젝트에서 입찰 경쟁자가 줄어들면 장기적으로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갈릴레오는 유럽의 독자 위성항법체계로, 전략적 중요성이 큰 대표 공공 우주사업이다. 이런 사업은 민간 상업시장과 달리 안정성·기술력·공급망 다변화가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특정 대형 사업자로 쏠릴 경우 정책 리스크도 커질 수 있다. OHB가 지난달 최대 5억1천만유로, 우리 돈 약 8천91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내놓은 것도 이런 재편 움직임 속에서 공격적으로 몸집을 키우려는 대응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유럽이 우주산업에서 경쟁력 강화와 시장 독과점 방지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더 큰 정책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