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홈플러스는 정상화보다 청산 쪽으로 무게가 실리게 됐고, 앞으로 14일 안에 자금 조달에 성공하지 못하면 사실상 파산 절차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의 수정 회생계획안 변경안은 실행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법정관리를 통한 회생 시나리오는 급격히 힘을 잃었다. 이제 남은 변수는 추가 자금 2천억원 확보 여부다. 홈플러스가 이 자금을 마련해 즉시항고에 나서면 다시 시간을 벌 수 있지만,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지원 방안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만약 자금 조달이 무산되면 홈플러스는 법원에 파산을 신청하고, 법원이 파산을 선고한 뒤 자산을 채권자들에게 나눠주는 청산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는 법원이 선임한 파산 관재인이 회사 재산을 정리해 배당을 진행한다. 회생은 회사를 살려 영업을 이어가게 하는 절차지만, 파산은 사업 지속보다 자산 처분과 채권 회수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점에서 결과가 전혀 다르다.
특히 자산 처분 과정에서는 부동산 담보 구조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홈플러스의 자가 점포 62개는 메리츠 측에 신탁 담보로 잡혀 있다. 신탁 담보는 일반적인 파산재단 매각 절차와 달리 담보권자가 비교적 독자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구조다. 메리츠금융그룹은 2024년 홈플러스의 부동산과 유형자산을 신탁자산으로 받고 1조3천억원의 선순위 대출을 내줬다. 이 때문에 메리츠는 담보 점포를 매각해 대출 원리금을 우선 회수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점포를 통째로 넘긴다고 해서 곧바로 새 주인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오프라인 대형마트 업황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데다, 업계에서는 이미 경쟁력이 높은 이른바 알짜 점포는 상당수 정리됐다고 본다. 이마트나 롯데마트 같은 경쟁 대형마트가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평가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결국 남은 점포들은 대형마트로 계속 쓰기보다 주상복합, 물류센터, 오피스 같은 다른 용도로 개발해 매각하는 방안이 더 유력하다는 시각이 시장에 퍼져 있다. 실제로 MBK파트너스는 회생절차 개시 전 동대문점을 매각했고, 해당 부지에서는 지상 49층 규모의 공동주택과 복합시설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청산 시나리오가 곧바로 마무리되기는 어렵다. 최근 부동산 경기까지 좋지 않아 자산 매각 속도가 늦어질 수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고용 불안과 지역 상권 충격도 커질 수 있다. 마트노조가 정부의 긴급 개입을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조는 홈플러스가 청산으로 향하면 대규모 일자리와 지역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그룹이 추가 자금 투입에 합의하느냐, 또는 정부와 법원이 어떤 방식으로 연착륙 방안을 모색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