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6일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본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밝히면서, 정부가 제조업 중심 성장 전략의 다음 축으로 서비스산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전담반 2차 회의에서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틀을 새로 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 간 경계를 낮추고 연구개발, 세제, 금융 지원을 한데 묶어 추진하려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같은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비스업은 업종이 넓고 부처도 여러 곳에 걸쳐 있어 정책이 흩어지기 쉬운데, 정부는 이를 하나의 체계로 묶는 통합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서비스산업을 다시 전면에 꺼내 든 배경에는 경제 구조 변화가 있다. 구 부총리는 이재명 정부가 반도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피지컬 인공지능을 3대 메가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그다음 단계로 국내총생산의 60%를 차지하는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서비스업은 이미 우리 경제에서 비중이 큰 분야지만, 생산성이나 수출 경쟁력 면에서는 선진국과 비교해 개선 여지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이 유통, 이동, 공공서비스와 결합하면서 기존 서비스의 효율을 높이고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는 점도 이번 정책 구상의 중요한 배경이다.
구 부총리는 구체적으로 쇼핑 분야의 인공지능 에이전틱 커머스, 인공지능 자율주행과 연계된 이동서비스, 공공서비스 혁신 분야에서 선점 전략을 서둘러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에이전틱 커머스는 인공지능이 소비자 대신 상품을 비교하고 구매를 돕는 방식의 차세대 유통 모델을 뜻한다. 정부가 이런 신서비스를 언급한 것은 단순히 기존 서비스업 보호에 머무르지 않고, 기술 융합형 고부가가치 시장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규제 합리화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혀, 새 산업이 등장할 때마다 발목을 잡아온 업종별 칸막이 규제를 손보려는 방향도 분명히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민간과 학계의 제안도 함께 나왔다. 산업연구원 권남훈 원장은 서비스산업이 국내 고용의 70%, 부가가치의 60%를 맡고 있다며 수출 활성화, 내수의 합리가치화, 신서비스의 글로벌 선도라는 3대 발전 전략을 제시했다. 성신여대 심상민 교수는 케이컬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제작, 투자, 유통 전반의 혁신과 함께 통합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씨제이 허민회 대표는 한국경제인협회를 대표해 콘텐츠와 뷰티를 포함한 20개 정책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재정경제부는 이날 논의된 내용을 앞으로 서비스산업 관련 정책 과제를 발굴하고 수립하는 데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논의는 서비스업을 내수 보완 수단이 아니라 미래 성장산업으로 재정의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법 제정과 규제 정비가 실제로 속도를 내면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서비스 분야 투자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서비스업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업종별 차이가 큰 만큼, 제도 정비 과정에서 부처 간 조정과 시장 현장의 수용성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정부의 산업정책이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융합을 중심으로 더욱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