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이 2026년 하반기 경영진 워크숍에서 인공지능 전환과 자산 이동 확대에 대응하는 중장기 전략 방향을 논의하며, 계열사 간 협업을 바탕으로 고객 중심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KB금융그룹은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경남 사천 KB 인재니움 연수원에서 ‘2026년 하반기 그룹 경영진 워크숍’을 열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그룹 경영진 270여명이 참석했고, 현재 수립 중인 2027년부터 2029년까지의 중장기 경영전략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금융지주사들이 하반기 경영 구상에 앞서 성장 동력과 사업 구조를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이번에는 인공지능과 자산관리 경쟁 심화라는 시장 변화가 특히 강하게 반영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KB금융은 중장기 전략의 핵심 과제로 자산관리(WM·고객의 자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주는 금융 서비스)와 사업모델 재설계, 차별화된 중소법인 비즈니스 경쟁력 확보, 그룹 기업금융(CIB·기업금융과 투자은행 기능을 결합한 영역) 및 자본시장 협업 강화, 보험 비즈니스와 투자운용 역량 고도화, 그룹 인공지능 전환 가속화 로드맵 마련 등 5가지를 제시했다. 이는 단순히 개별 계열사의 실적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은행·증권·보험 등 여러 금융 기능을 한데 엮어 고객에게 더 넓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특강에서 금융그룹의 본질적인 경쟁력은 고객에게 종합적인 금융 해법을 제시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공지능 대전환과 머니무브 시대에 대응하려면 모든 계열사가 고객을 중심에 두고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밝혔다. 머니무브는 투자처를 찾아 자금이 빠르게 이동하는 현상을 뜻하는데, 금리 변화와 시장 불확실성, 투자 수단 다양화가 맞물리면서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고객 자산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연결하느냐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양 회장은 이를 위기보다 자산관리와 자산운용 경쟁력을 키울 기회로 봤고, 생산적 금융 역시 KB의 기업금융과 중소기업 비즈니스를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양 회장은 또 경쟁력을 체계적으로 확보하려면 일하는 방식과 업무 프로세스를 다시 점검하고,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존 관성에서 벗어난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워크숍에서는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이 인공지능이 금융과 의료를 포함한 여러 산업에 가져올 변화를 주제로 특강도 했다. 금융권 전반이 비용 절감과 생산성 개선, 맞춤형 서비스 확대를 위해 인공지능 도입 속도를 높이고 있는 만큼, KB금융의 이번 논의도 기술 도입 자체보다 이를 실제 사업 구조와 고객 서비스에 어떻게 연결할지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금융지주사들이 계열사 간 경계를 더 낮추고, 자산관리와 기업금융, 디지털 전환을 함께 묶는 방식으로 경쟁 구도를 재편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