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진흥원이 금융 거래 이력이 부족한 사람과 중저신용자의 상환능력을 비금융 정보까지 반영해 평가하는 새 신용평가 체계 개발에 착수했다. 기존 신용점수만으로는 실제 상환 여력을 충분히 가려내기 어렵다는 문제의식 아래, 대출 문턱을 낮추고 금리를 더 합리적으로 매기기 위한 제도 보완에 나선 것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민금융진흥원은 최근 ‘비금융 서민 대안 시비 개발 사업’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2026년 안에 개발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핵심 대상은 이른바 ‘씬 파일러’로 불리는 금융 이력 부족자다. 미취업 청년, 전업주부, 퇴직한 고령층처럼 실제 생활은 안정적일 수 있어도 금융회사에 축적된 거래 정보가 적어 낮은 평가를 받기 쉬운 계층이 여기에 포함된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이들을 위한 맞춤형 신용평가모형과 함께, 중저신용자 가운데서도 상환 성실성이 높은 잠재 우량 차주를 가려내 제도권 금융 이용을 돕는 평가모형도 함께 만들 계획이다.
지금의 신용평가 체계는 주로 상환 이력, 연체 여부, 기존 부채 수준 같은 금융 정보를 중심으로 작동한다. 이런 방식은 금융 거래 기록이 충분한 사람에게는 효과적이지만, 기록 자체가 적은 사람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통신요금 납부, 공공요금 이용, 전자상거래 활동 같은 비금융 대안정보를 활용해 차주의 성실성과 상환 가능성을 더 입체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구상이다. 쉽게 말해, 은행 거래가 많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에서 꾸준하고 책임 있게 비용을 납부해온 흔적이 있다면 이를 신용평가에 반영하겠다는 뜻이다.
이 같은 논의는 금융권에서 대안신용평가가 아직 보조 수단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과 맞닿아 있다. 금융당국은 포용금융, 즉 신용이 낮거나 금융 이력이 부족하더라도 적정한 심사를 거쳐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방향을 강조해 왔고, 대안신용평가 활성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해 왔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자체적으로 대안 시비를 개발한 뒤, 자체 신용평점시스템 시에스에스 구축 여력이 부족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사 등 2금융권에도 이를 공유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는 개별 금융회사가 데이터와 모형 개발 역량이 부족해 대안평가를 적극 활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완하려는 접근으로 볼 수 있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올해 말까지 개발을 마친 뒤 우선 정책서민금융상품에 시험 적용하는 방식으로 효과를 점검할 예정이다. 실제 현장에서 금리 산정의 급격한 단절을 줄이고, 낮은 신용점수만으로 배제됐던 차주를 제도권 금융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가 첫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신용평가가 단순한 금융 기록 중심에서 생활 전반의 성실성을 함께 보는 방향으로 옮겨갈 가능성을 보여주며, 성과가 확인되면 2금융권과 민간 금융회사로 확산할 여지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