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중동 긴장 고조와 국제 유가 급등의 여파로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미국 국책 담보대출업체 프레디맥이 23일(현지시간) 발표한 자료를 보면, 미국의 30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연 6.58%로 집계됐다. 이는 한 주 전보다 0.03%포인트 오른 수치로, 지난해 8월 21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미·이란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 2월 말 한때 6% 아래로 내려갔지만, 전쟁이 시작된 뒤에는 다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금리 상승의 배경에는 중동 정세 불안이 있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지역 긴장이 다시 커진 상황에서 국제 유가가 빠르게 뛰었고, 그 결과 물가가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커졌다. 시장에서는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면 장기 금리가 먼저 반응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이날 뉴욕증시 개장 직후 장중 한때 4.71%대까지 올랐다. 10년물 국채 금리가 4.7% 선을 넘은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유가를 밀어 올린 직접적인 요인으로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사실상 다시 중단된 점과 홍해 해역에서의 유조선 공격이 꼽힌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 해상 봉쇄를 선언한 예멘 후티 반군이 유조선을 공격하면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졌고,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이날 전장보다 7% 급등한 배럴당 100.69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약 두 달 만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휘발유와 물류비, 생산비를 자극해 전반적인 물가를 밀어 올릴 수 있어 금융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높아진 대출 금리는 이미 부진한 미국 주택시장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팬데믹 이후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른 데다, 장기간 높은 대출 금리가 이어지면서 집을 사려는 수요와 매물이 모두 위축된 상태가 계속돼 왔다. 집을 사려는 사람은 이자 부담 때문에 움직이기 어렵고, 기존 저금리 대출을 보유한 집주인도 더 비싼 금리로 갈아타야 할 수 있어 매물을 내놓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다. 주택금융 전문회사 퍼스트아메리칸의 마크 플레밍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며칠간 10년물 국채 움직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몇 주 안에 모기지 금리가 7%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이번 금리 상승은 단순한 금융 변수의 변화라기보다, 중동 지정학적 위험이 유가와 물가 전망, 장기 금리, 주택시장으로 연쇄적으로 번지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중동 정세가 빨리 진정되지 않으면 미국의 주택 구매 심리를 더 위축시키고,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판단에도 부담을 주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