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물이 배럴당 82.06달러로 3.4% 하락했다. 미국이 중동 외교관 복귀를 준비하고 대이란 대응을 군사 충돌보다 경제 압박 쪽으로 옮길 수 있다는 관측이 원유시장에 반영됐다.
마켓워치는 팩트셋 자료를 인용해 한국시간 25일 밤 WTI 10월물이 82.06달러로 3.4% 내렸다고 전했다. 브렌트유 10월물은 87.61달러로 3.2% 하락했다. 두 유종 모두 약 2주 만의 최저 수준이다.
하락 배경에는 미국의 중동 외교 인력 복귀 준비가 놓였다.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는 미 국무부 내부 문건을 토대로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 전후 대피시킨 중동 지역 외교관들을 이르면 이번 주부터 복귀시키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복귀 대상에는 이스라엘, 레바논,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요르단, 오만, 이라크, 쿠웨이트 주재 미국 공관이 포함됐다. 외교 인력 재배치는 전면 충돌 재개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미 국무부는 성명에서 “전 세계 외교 공관의 안보 태세를 계속 검토하고 있다”며 “최근 평가를 바탕으로 일부 중동 공관의 인력 태세를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공관별 가족 동반 제한 등 긴급 조치가 완전히 해제됐는지는 별도 사안이다.
미 재무부는 24일 ‘오퍼레이션 이코노믹 아웃캐스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이 조치를 이란과 이란을 돕는 세력을 겨냥한 범정부 경제 캠페인이라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도 같은 날 이란의 군사 활동, 사이버 위협, 불법 석유 거래와 관련된 개인·기관·선박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 재무장관은 발표문에서 “이란 정권을 떠받치는 모든 경제 생명선을 끊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시장은 새 제재가 단기 공급 차질보다 군사 충돌 회피 쪽에 가까운 신호인지 따져 보는 흐름을 보였다.
파키스탄의 중재 움직임도 유가 하락 재료로 거론됐다. 모신 나크비(Mohsin Naqvi) 파키스탄 내무장관은 X에서 이란 대통령과 “매우 건설적인 의견 교환”을 했다고 밝혔다.
아나돌루통신은 파키스탄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아심 무니르(Asim Munir)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이 테헤란에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미·이란 직접 대화 재개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 지역 원유 수송의 핵심 항로여서 통항 불안이 커지면 운임과 보험료, 원유 가격에 곧바로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AP통신은 오만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한 척이 발사체 공격을 받아 운항 불능 상태가 됐고, 선원은 모두 안전하다고 전했다.
본지는 앞서 호르무즈 통항 감소와 사우디 선적 일부 재개 흐름을 전한 바 있다. 당시에도 해협 운항 재개 움직임과 별개로 선박 안전, 보험료, 우회 비용이 원유시장 부담으로 남았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번 사안은 미국이 중동 8개국 대사관 외교관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는 앞선 보도와 이어진다. 외교 인력 복귀는 긴장 완화 신호로 읽히지만, 미국과 이란의 협상 교착과 추가 제재 가능성은 별개로 남아 있다.
원유 가격은 중동 지정학 위험과 인플레이션 기대, 달러 유동성 판단에 영향을 주는 지표다. 비트코인(BTC) 등 위험자산 시장도 에너지 가격 변동을 거시 변수 중 하나로 참고한다.
이번 유가 하락이 BTC 가격에 미친 직접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다. 시장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 집행 강도와 호르무즈 해협 통항 상황을 함께 지켜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