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는 민간은행 진단이 나왔다. 중동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충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로존 경제가 예상보다 버티고 있다는 판단이 배경이다.
네덜란드계 아이엔지(ING)은 27일 보고서에서 ECB의 9월 인상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밝혔다. 카르스텐 브제스키(Carsten Brzeski) 아이엔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7월 ECB 회의 이후 유로존 경제는 중동 전쟁에도 예상보다 상당한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브제스키 이코노미스트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아시아 경쟁 업체들이 유럽 기업보다 더 큰 타격을 받으면서 일부 주문이 유럽 기업으로 넘어갔다고 분석했다. 지정학적 충격이 유럽 경제에는 비용 부담인 동시에 일부 산업에는 상대적 수요 이전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물가 쪽에서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의 완만한 상승을 지목했다. 그는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새로운 가스 가격 충격이 발생할 위험도 커지고 있는 만큼 대부분의 ECB 정책위원은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CB의 금리 결정은 유로존 물가와 경기 흐름을 함께 반영한다. 통상 중앙은행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일시적 비용 충격에 그치는지, 임금과 서비스 가격으로 번지는 2차 파급으로 이어지는지를 구분해 정책 강도를 조절한다.
이번 논점은 7월 회의 이후 더 뚜렷해졌다. ECB는 7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했고, 중동 분쟁에 따른 에너지 충격의 강도와 지속 기간, 간접 효과와 2차 파급 효과를 계속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브제스키 이코노미스트는 9월 인상이 현실화하더라도 이를 보험성 조치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경제 지표가 개선되고 물가가 다시 오르는 상황에서 ECB의 신뢰도를 높이고 에너지 가격 충격의 간접 영향을 앞서 차단하는 성격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9월 이후 추가 인상 여부는 별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내달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리더라도 예금금리는 여전히 ECB 스스로 중립적으로 평가하는 범위 내에 있다”고 말했다.
그 이상 금리를 올린다면 ECB가 긴축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는 뜻이라고도 했다. 그는 “경제가 회복력을 보이는 것과 긴축적 통화정책이 필요할 정도로 과열된 것은 큰 차이가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후자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정 여건과 국채 금리도 ECB의 판단을 제약하는 요소로 거론됐다. 브제스키 이코노미스트는 “재정 상황이 악화하고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ECB가 불에 기름을 더 부을 의지가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유로존 금리 경로는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등 위험자산에도 간접 변수로 작용한다. 본지는 앞서 ECB가 6월 인상 뒤 7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전망은 ECB의 확정 결정이 아니라 아이엔지의 보고서 판단이다. ECB의 다음 통화정책회의는 9월 9~10일 열리고, 10일 회의 뒤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