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차질이 길어지면서 호르무즈 해협 불안이 에너지 시장의 변동 요인으로 남았다. 카타르산 LNG는 한국도 장기 계약 고객으로 언급된 만큼 이번 사안은 유럽 수급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카타르에너지(QatarEnergy)는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 에디슨(Edison)에 LNG 인도 불가항력 기간을 11월 초까지 연장한다고 통지했다. 에디슨은 이탈리아 가스시장 플랫폼 GME에 올린 메시지에서 9월 말부터 11월 초 사이 인도될 예정이던 LNG 5개 화물을 추가로 받지 못한다고 밝혔고, 로이터는 이를 전했다.
불가항력은 전쟁, 재해 등 계약 당사자가 통제할 수 없는 사유로 계약 이행이 어려워졌을 때 책임을 면제하거나 이행을 늦추는 조항이다. 에디슨은 카타르에너지와 연 64억㎥ 규모의 천연가스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 이는 이탈리아 전체 소비량의 약 10%로 제시됐다.
이번 차질은 3월 중순 라스라판 산업단지 공격에서 시작됐다. 카타르에너지는 3월 24일 공시에서 3월 18~19일 미사일 공격으로 LNG 생산열 2개와 GTL 생산열 1개가 손상됐다고 밝혔다. 회사는 일부 장기 LNG 공급 계약에 불가항력을 선언해야 한다며 이탈리아, 벨기에, 한국, 중국 고객이 영향을 받는다고 적시했다.
공시에 적힌 손실 규모는 연간 LNG 수출능력의 17%에 해당하는 1280만t이다. 복구에는 3년에서 5년이 걸릴 수 있다는 설명도 함께 제시됐다. 생산 설비 손상과 항로 차질이 겹치면서 고객별 인도 일정은 같은 속도로 회복되지 않고 있다.
에디슨은 이미 7월 28일 카타르에너지로부터 추가 통지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당시 에디슨은 4월 초부터 9월 말까지 총 24개 LNG 화물이 불가항력 대상이 됐고, 물량은 천연가스 약 30억㎥라고 밝혔다. 7월 28일 기준 대체 확보한 물량은 17개 화물, 약 16억㎥였다.
고객별 연장 시점도 갈렸다. 최신 보도 기준 이탈리아 에디슨 물량은 11월 초까지, 파키스탄 고객 물량은 10월까지, 방글라데시 물량은 9월 이후로 각각 차질이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카타르산 LNG라도 계약 조건과 인도 일정에 따라 영향 범위가 달라지는 구조다.
공급 차질은 선적 데이터에도 반영됐다. 로이터는 데이터업체 ICIS를 인용해 카타르 LNG 수출이 전쟁 전보다 96% 줄었고, 같은 기간 수출 화물이 전년 동기 509개에서 18개로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계산으로 카타르의 가스 판매 손실은 240억 달러(약 33조1680억원)로 추산됐다.
카타르는 전쟁 전 세계 일일 LNG 공급의 약 5분의 1을 담당했다. 미국산 LNG 수출이 일부 공백을 메웠지만 유럽 가스 저장량은 계절 기준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북반구 겨울 수요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LNG 가격과 선적 일정은 원자재 시장의 핵심 변수로 남았다.
아시아 시장도 가격 부담을 먼저 반영했다. 7월 말 아시아 현물 LNG 가격은 4개월 만의 최고치인 22달러/mmBtu까지 오른 흐름이 이어졌다. 수요처가 단기 물량을 더 비싼 가격에 확보해야 하는 구간에서는 장기 계약 물량의 지연도 가격 압력으로 번질 수 있다.
한국 독자에게도 연결 지점은 있다. 카타르에너지가 3월 공시에서 한국을 장기 LNG 공급 계약 고객 가운데 하나로 직접 언급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에디슨 통지는 이탈리아 물량에 관한 내용이며, 한국 물량의 추가 차질 여부를 이 통지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본지는 앞서 카타르 라스라판항 LNG 선적량이 3월 이후 최대 수준으로 늘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낮다고 보도했다. 이후 불가항력 기간이 다시 늘어나면서 정상화 흐름은 고객별로 엇갈리게 됐다.
크립토 시장과의 연결은 직접 수급보다 위험선호 경로에 가깝다. 가스와 전력 비용이 오르면 기업 비용과 소비 여력이 흔들리고,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등 위험자산의 변동성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번 LNG 차질만으로 크립토 가격 방향을 단정할 근거는 없다.
호르무즈 해협 밖 공급원에 대한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본지는 최근 420억 달러 규모 탄자니아 LNG 프로젝트가 비호르무즈권 공급원으로 거론됐다고 보도했다. 카타르 LNG의 인도 재개 시점은 에디슨 통지와 고객별 계약 일정에 따라 다시 확인될 사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