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크메니스탄산 천연가스를 아프가니스탄 서부 헤라트에 공급하기 위한 TAPI 가스관 공사가 막바지 단계에 들어갔다. 다만 헤라트 구간이 완공되더라도 파키스탄과 인도까지 잇는 전체 노선의 상업 운전까지는 착공, 외교, 재원 조달 절차가 남아 있다.
타임스오브센트럴아시아(Times of Central Asia)는 이슬람 자르(Islam Jar) 아프가니스탄 헤라트주 주지사가 TAPI 가스관의 아프가니스탄 구간 공사가 2개월 안에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TAPI는 투르크메니스탄 갈키니시 가스전에서 출발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지나 인도 국경까지 이어지는 약 1800km 규모의 다국적 천연가스관 사업이다.
사업의 계획 용량은 연간 330억㎥다. 전체 물량 가운데 파키스탄과 인도가 각각 140억㎥, 아프가니스탄이 50억㎥를 배정받는 구조로 설계됐다. 총사업비는 100억 달러(약 13조7700억원) 규모로 제시돼 있다.
현재 진전은 투르크메니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접경에서 헤라트로 이어지는 구간에 집중돼 있다. 전체 노선이 한 번에 열리는 것이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서부 지역 공급을 먼저 현실화하는 방식으로 사업의 작동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계다.
투르크메니스탄 국영 가스기업 투르크멘가즈(Turkmengaz)와 아프가니스탄 국영기업 아프간가스(Afghan Gas)는 8월 10일 헤라트주 토르군디에서 TAPI를 통한 가스 판매·구매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아프가니스탄 부총리실은 이 문서에서 가격, 수요 규모, 배분 절차를 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해각서는 실제 공급을 위한 절차지만, 곧바로 공급 개시를 뜻하지는 않는다. 가격과 물량, 수입 개시 시점은 추가 합의를 거쳐야 한다. 헤라트 구간 공사가 끝나더라도 가스 공급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는 이유다.
아프가니스탄 광산석유부는 최근 헤라트 구간 153km 가운데 상당 부분의 정지 작업과 관 매설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현지 보도에서는 약 120km 구간에 관이 설치됐고 51km가 지하에 묻혔다고 전했다.
공사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다음 단계는 헤라트의 산업시설, 발전소, 가정용 수요를 대상으로 한 지역 공급망 구축이다. 장거리 국제 노선 전체가 아니더라도 특정 지역 수요처에 가스를 넣는 구조가 먼저 만들어지는 셈이다.
TAPI는 2010년 12월 정부 간 협정으로 사업 틀이 잡혔다. 투르크메니스탄 구간 214km 공사는 2019년 완료됐다. 아프가니스탄 구간은 2018년 2월 착공됐지만 내전과 탈레반 재집권 이후 중단됐다가 2024년 9월 재개됐다.
파키스탄과 인도 구간은 아직 본격 착공 단계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 때문에 헤라트 공급은 TAPI 전체 완공이라기보다 아프가니스탄 구간 일부의 우선 가동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간 단계로 봐야 한다.
이 사업은 투르크메니스탄의 수출처 다변화와 맞닿아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가스 수출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다. TAPI가 헤라트까지라도 실제 가스를 공급하면 아프가니스탄을 새 실수요처로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브루스 패니어(Bruce Pannier) 중앙아시아 전문가는 "TAPI 전 구간 건설은 쉽지 않지만 헤라트 공급만으로도 사업이 실제 작동한다는 점을 투자자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타임스오브센트럴아시아에 말했다. 전체 노선보다 부분 공급의 상징성과 실효성을 먼저 봐야 한다는 해석이다.
관건은 외교와 안보, 금융 조건이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파키스탄과 인도의 관계가 불안정하고 장거리 구간의 건설 재원과 안전 문제도 해소돼야 한다. 통상 국경을 넘는 에너지 인프라는 공사 진척만큼이나 장기 구매계약, 통행료, 보안 책임 배분이 중요하다.
한국 독자에게 이번 사안은 중앙아시아 가스관 뉴스에 그치지 않는다. 에너지 인프라의 지연이 대형 데이터센터와 산업 투자 일정에 영향을 주는 흐름은 앞선 사업에서도 반복됐다. 연료 조달과 발전 여건은 제조업, 데이터센터, 산업단지 운영비를 좌우하는 기반 변수다.
다만 이번 TAPI 진전이 국제 가스 가격이나 디지털자산 시장에 미칠 직접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확인된 다음 절차는 헤라트 구간 완공과 투르크멘가즈·아프간가스의 가격, 물량, 공급 개시 시점 협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