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이 미국 국채 시장의 가장 짧은 만기 구간에서 새 수요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발행사가 상환 준비금을 현금성 자산과 단기 국채로 쌓는 구조가 굳어지면서다.
히스 타버트(Heath Tarbert) 서클(Circle) 사장은 2일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서면 증언에서 지니어스(GENIUS)법이 스테이블코인에 식별 가능한 1대1 준비금, 액면 상환, 공시, 감독, 자금세탁방지와 제재 준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부분의 요구사항이 아직 발효되지 않았고, 일반 발효 시점은 2027년 1월 18일 또는 최종 시행규정 뒤 120일 중 더 이른 때라고 설명했다.
핵심은 준비금의 형태다. 미국 재무부 차입자문위원회(TBAC)는 2026년 2월 회의록에서 스테이블코인을 국채 수요의 구조적 변화 요인 중 하나로 다뤘다. 위원회는 투자자 수요 논의에서 머니마켓펀드(MMF), 은행 포트폴리오, 해외 민간 투자자와 함께 스테이블코인 관련 잠재 수요를 언급했다.
지니어스법 체계에서 준비금은 현금, 예금, 환매조건부채권, 잔존만기 93일 이하 국채·채권·어음, 같은 자산을 담은 머니마켓펀드 등으로 구성된다. 발행이 늘면 단기국채 매입 여지는 커진다. 그러나 이는 미국 재정 전체를 떠받치는 장기 자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스테이블코인은 통상 달러 등 법정화폐 가치에 맞춰 발행되는 암호자산이다. 발행사는 이용자가 상환을 요구할 때 같은 가치의 현금이나 현금성 자산을 내줘야 하므로 준비자산의 유동성과 안정성이 중요하다. 준비금 규칙이 짧은 만기 자산을 요구할수록 수요는 장기채보다 단기물에 붙는다.
IMF COFER 데이터 브리프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글로벌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은 57.13%로 전 분기 56.42%보다 높아졌다. IMF는 이 변화의 약 절반을 환율 효과로 설명했다. 이 수치는 각국 통화당국의 공식 외환보유액 구성을 보여주는 통계로, 민간 스테이블코인 잔량과는 구분해야 한다.
국제결제은행(BIS)은 2026년 5월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 가치의 약 98%가 달러 표시라고 밝혔다. BIS는 스테이블코인이 주로 민간 부문의 가치 저장과 교환 수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중앙은행의 준비자산 배분을 직접 바꾸는 장치로 보지는 않았다.
연방준비제도 직원 메모도 같은 경계를 그었다. 연준은 2026년 4월 8일 FEDS Notes에서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이 2026년 4월 6일 기준 3170억 달러(약 431조원)에 이르렀고, 2025년 중 약 50% 늘었다고 밝혔다. 동시에 복잡한 중개 구조, 수직계열화, 전통 금융과의 결합이 유동성 충격과 신뢰 위기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준비금의 질도 쟁점이다. 같은 메모는 테더(USDT)의 총준비금이 발행잔액의 약 1.04배지만 고품질 준비금은 약 0.74배라고 설명했다. 유에스디코인(USDC)은 고품질 준비금 기준으로 1.0배에 맞춰져 있다고 봤다.
이는 단기국채 수요 확대와 런 위험 관리가 함께 논의되는 이유다. 준비금이 국채 수요를 만들 수는 있지만, 이용자의 대규모 상환 요구가 몰리면 발행사는 준비자산을 빠르게 현금화해야 한다. 단기물 중심 구조는 유동성 확보에는 유리하지만, 시장 스트레스가 커질 때 전통 금융시장과 연결될 수 있다.
은행권도 움직이고 있다. 로이터는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 등 21개 금융회사가 2027년 상반기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 회사를 세울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스테이블코인이 가상자산 내부 결제수단을 넘어 은행권 지급·정산 인프라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는 의미다.
스탠다드차타드는 별도 분석에서 2028년 말까지 미국 은행 예금 약 5000억 달러(약 681조원)가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새 수요가 생기는 만큼 기존 예금과 머니마켓펀드 자금이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은 금융권의 부담이다. TBAC도 스테이블코인이 새 단기국채 수요가 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예금이나 MMF를 대체할 경우 기존 수요를 일부 잠식할 수 있다고 봤다.
한국 독자에게 중요한 지점은 두 갈래다. 하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크립토 거래 수단을 넘어 미국 단기금융시장과 더 밀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예금 대체, 준비금 투명성, 상환 압력이 커질수록 스테이블코인이 전통 금융 리스크와도 연결된다는 점이다.
본지는 앞서 위기국에서 달러표시 스테이블코인 수령 확률이 높아졌다는 뉴욕 연은 연구를 전한 바 있다. 또 스테이블코인이 장기채 수급 문제를 직접 떠받치는 해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다뤘다. 이번 논의도 같은 맥락에서 단기국채 수요와 장기 재정 수급을 나눠 봐야 한다.
따라서 스테이블코인을 ‘연준의 최후 국채 매수자’로 부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발행사는 연준이 아니고, 준비자산 수요도 주로 단기물에 붙는다. 다만 달러 결제층이 블록체인 위로 넓어질수록 미국 단기국채 시장과 크립토 시장의 거리는 더 가까워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