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경상수지와 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대 흐름을 보였지만 외국인 자금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대규모로 빠져나갔다. 수출과 대외 계정은 강했지만 증시 수급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한국은행은 2026년 6월 국제수지 설명회에서 6월 경상수지가 497억3천만 달러(약 67조5천억원)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경상수지는 2023년 5월부터 38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고, 상반기 경상수지는 1천910억1천만 달러(약 259조3천억원) 흑자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였다.
관세청이 발표한 2026년 6월 월간 수출입 현황 확정치에서도 수출 지표는 강했다. 6월 수출은 1천22억 달러(약 138조7천억원)로 처음 1천억 달러를 넘었고, 반도체 수출은 449억 달러(약 60조9천억원)로 처음 4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번 수치는 반도체가 한국의 대외 계정을 밀어 올리는 흐름을 다시 확인했다. 본지는 앞서 6월 경상수지 흑자가 497억3천만 달러로 집계돼 월간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고 전했다.
주식시장 흐름은 달랐다. 코스피는 2026년 6월 18일 장중 9,000.68까지 올라 사상 처음 9,000선을 넘었지만, 7월 28일에는 6,077.78까지 밀렸다. 단기간 급등 뒤 조정 폭도 커진 셈이다.
코스피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 전체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국내 대표 주가지수다. 반도체처럼 시가총액 비중이 큰 업종이 빠르게 오르면 지수 전체가 강해질 수 있지만, 같은 이유로 글로벌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조정 대상이 되기도 쉽다.
한국은행은 2026년 6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서 6월 외국인 주식자금이 323억7천만 달러(약 43조9천억원) 순유출됐다고 밝혔다. 상반기 누적 순유출은 1천102억1천만 달러(약 149조6천억원)였다.
한국은행은 6월 순유출 배경으로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관련 경계감과 국내 주가 상승에 따른 보유 비중 조정을 들었다. 보유 비중 조정, 즉 리밸런싱은 특정 국가나 업종 비중이 커졌을 때 투자자가 포트폴리오 비율을 다시 맞추는 움직임을 뜻한다.
시장에 돌았던 '외국인 200조원 순매도' 표현은 기준 시점이 중요하다. 8월 초 시장 보도에서는 외국인 누적 순매도가 191조원대를 넘은 것으로 전해졌고, 8월 중순에는 193조원대로 늘었다. 200조원에 근접한 흐름이지만 기사에서 단정 수치처럼 쓰려면 기준일을 붙여야 한다.
이번 흐름은 환율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금리 역전은 원화와 달러 자산의 상대 매력을 바꾼다. 다만 6월 급유출의 공식 설명에는 환율뿐 아니라 AI 투자 경계감, 반도체주 상승 이후 차익 실현, 포트폴리오 조정이 함께 들어 있다.
반대 해석도 있다. 일부 증권가 해설은 7월 말 이후 외국인 매도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고 봤다. 구조적 이탈보다 단기 과매도와 기계적 비중 조정에 무게를 둔 시각이다.
다만 외국인 자금이 장기 보유로 전환됐는지는 별도 문제다. 기업 이익 구조, AI 투자 현금흐름, 주주환원 개선처럼 확인 가능한 변화가 뒤따라야 수급 회복을 판단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함께 나온다.
연합뉴스가 송고한 머니톡스 칼럼도 이 사안을 '좋은 실물 지표와 약한 증시 수급'의 괴리로 짚었다. 경상수지와 반도체 수출의 기록 경신이 외국인 매수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핵심이다.
한국 증시가 다시 상승 국면을 맞더라도 같은 매도 논란은 반복될 수 있다. 6월의 숫자는 수출과 경상수지의 강세가 외국인 수급 개선을 자동으로 뜻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 지금 확인된 사실은 상반기 대외 지표가 강했고, 동시에 외국인 주식자금은 대규모로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