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발전이 지난 3일 진행한 2년물 채권 입찰에 1조14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시장에 공지된 발행 계획 물량은 1000억원 수준으로, 계획 물량의 11배가 넘는 수요가 몰렸다.
연합인포맥스는 서부발전 2년물 낙찰금리가 민평금리보다 17.3bp 낮은 수준에서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1bp는 0.01%포인트로, 민평금리보다 낮게 낙찰됐다는 것은 발행사가 시장 기준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다는 뜻이다.
다른 만기에도 수요가 들어왔다. 3년물과 5년물에는 예정 물량보다 각각 두 배, 여섯 배 수준의 주문이 접수됐고, 낙찰금리는 민평금리보다 각각 8.6bp, 6.8bp 낮게 정해졌다. 발행액은 3년물 1300억원, 5년물 500억원으로 확정됐다.
공사채는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채권이다. 신용도가 높은 발행사가 많아 국채보다 높은 금리를 주면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로 분류돼 왔다. 다만 시장금리와 수급 여건에 따라 민평금리 대비 가산금리나 할인 폭은 달라진다.
채권시장에서는 발전채가 민평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강하게 낙찰되는 사례가 흔치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발전채의 경우 강세로 낙찰되는 경우가 흔치 않다"며 "이 정도 강세는 보기 어려운 흐름이다"고 말했다.
수요가 몰린 배경에는 발전공기업 통합안이 있다. 정부는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등 5개 발전공기업을 합쳐 통합 발전사를 내년 10월 출범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통합 발전사는 현재 발전사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전력이 지분 100%를 보유하는 자회사 지위를 유지하는 구상이다. 발전사들이 통합 법인 아래 재편되면 임원과 조직 축소를 통해 중복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장 참가자들이 주목한 대목은 비용 구조다. 현재 5개 발전사에는 각각 사장과 감사가 있고, 상임이사는 모두 10명이다. 통합 발전사가 구성되면 사장과 감사는 각각 1명으로 줄고, 상임이사는 본사 본부장 4명 체계로 축소된다.
본사 인력도 재배치 대상이다. 통합 발전사 본사 인원은 1800여명으로 제시됐다. 현재 5개 발전사 본사 인원 2400여명보다 600명 적다. 정부 구상대로라면 나머지 인력은 지역재생에너지본부 등에 배치된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발전사 통합이 이뤄지면 단순히 회사가 합쳐지는 것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결국 발행사의 신용도와 재무 부담이 달라질지가 중요한데, 통합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통합안이 발행사의 비용 구조와 신용 평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채권 수요의 핵심 변수로 읽힌다.
입찰과 채권 관련 업무 정비 필요성도 거론됐다. 다른 채권시장 참가자는 "통합 발전사가 출범하면 입찰 및 채권 관련 업무도 공기업의 위상에 맞게 좀 더 시스템을 갖춰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채권시장의 수요가 곧바로 신용도 변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통합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법인 설립과 임원 선임, 조직 재편 절차가 구체화된 뒤 확인될 사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