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3 컨설팅 기업 디스프레드의 리서치 전담 조직 ‘디스프레드 리서치’는 한국 디지털 통화 생태계의 구조와 제도화 방안을 분석한 심층 보고서 ‘디지털 통화 3축의 공존 전략: CBDC, 은행 스테이블코인, 비은행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적 역할과 한국형 제도화 방안’을 발간했다고 12일 밝혔다.
보고서는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상업은행 발행 스테이블코인·비은행 발행 스테이블코인 등 세 가지 축이 각기 다른 기능을 수행하며 병렬적으로 공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CBDC는 거시경제 관리와 공공 결제 인프라 신뢰 유지를, 은행 스테이블코인은 제도권 금융의 디지털 전환을, 비은행 스테이블코인은 리테일 경제와 웹3 서비스 혁신을 각각 담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국내외 입법·정책 변화 역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둘러싼 다양한 정책적 접근이 논의되고 있다. 지난 10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자기자본 5억원 이상을 보유한 국내 법인에 원화 기반 비은행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핀테크 기업의 시장 진입 확대를 공식화하는 입법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디스프레드 리서치는 이번 보고서에서 비은행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통화정책 유효성, 금융 안정 등 거시경제적 관리 이슈와 균형을 갖춰 설계될 필요가 있음을 제시했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입법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비은행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조건부로 허용하는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가 상원 사전 표결을 통과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Circle)이 미카(MiCA) 인가 절차를 거쳐 규제 친화적 모델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런 글로벌 사례들이 비금융 주체도 제도적 관리 아래 제도권 실험을 시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국내 역시 핀테크·웹3 기업이 일정한 규제 틀 안에서 제한적 실증 실험을 진행하며 기술적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점을 제언했다.
비은행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관련해 제도 설계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정책 변수도 함께 짚었다. 디스프레드 리서치는 통화량, 금리 전달 경로, 자금세탁방지(AML), 외환 규제 등 주요 거시경제 변수의 정교한 관리가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담보 자산의 투명성 확보, 사용자 보호 장치 고도화,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한 규제 준수 체계 마련 등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얼 디스프레드 전략 실장은 “비은행 스테이블코인 허용 기조가 확대되는 현재, 통화정책 유효성, 금융 안정, 기술혁신을 포괄하는 체계적 규제 프레임워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보고서는 ‘은행 주도 예금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 디지털 유동성의 핵심 축이 될 가능성도 함께 짚었다. 법적 책임 구조와 규제 대응이 명확한 은행 주도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할 경우, 외환 결제, 무역 정산, 증권 클리어링 등이 실시간으로 자동화되면서 통화정책의 신뢰를 유지하는 동시에 고부가가치 금융 서비스의 혁신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아발란체 서브넷 등 맞춤형 퍼미션드(참여허가형) 블록체인이 규제 친화성과 글로벌 상호운용성을 모두 충족할 대안으로 제시했다.
조 실장은 “한국은 통화 주권과 혁신성을 균형 있게 추구하기 위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비은행 스테이블코인 실험과 상업은행 주도의 제도권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보고서가 디지털 통화 정책 논의의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