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업자라면 벤처 투자 유치는 곧 성공의 신호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수차례 창업과 엑시트를 경험한 창업자 아아시시 메타(Aashish Mehta)는 그 신화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 그는 “자본이 아닌 고객 가치를 기준으로 회사를 키울 때 오히려 더 오래 가는 회사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자본 효율성을 중시하는 기업가 정신을 직접 실현한 인물이다. 메타가 설립한 핀테크 기업 엔로드(nRoad)는 외부 투자 없이 출범해 수년 만에 글로벌 대형 금융기관을 고객으로 확보하며 수백억 원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고객이 실제 필요로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며 시장에서 독립적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후 이 회사는 프랑스 금융 IT 기업 라인데이터(Linedata)에 성공적으로 인수됐다.
외부 투자 없이 회사를 키우는 '부트스트래핑(bootstrapping)' 전략은 쉬운 길은 아니었다. 메타는 자금이 제한된 현실에서 모든 결정을 철저하게 검토하며 핵심 문제 해결, 초기 수익 확보, 효율적 운영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실질적인 제품 수요, 그리고 탄탄한 수익구조를 갖춘 기업으로 성장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엔로드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아틀라시안(Atlassian)과 메일침프(Mailchimp)도 유사한 방식으로 투자 유치 없이 수천억 원 규모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다. 이들은 고객 중심의 성장 전략이 자본 유치보다 훨씬 강력한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메타는 "지속가능한 성장은 투자 유치가 아니라, 고객에게 가치 있는 제품을 제공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창업자가 외부 자본에 의존하지 않으면 자신의 비전과 전략을 흔들림 없이 지킬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외부 투자자의 요구에 맞춰 불필요한 확장을 강요받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속도와 방향에 맞춰 회사를 키울 수 있다. 동시에,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매출과 수요 검증을 거치기 때문에 추후 인수, 제휴, 해외 진출 같은 전략적 기회에도 유리한 협상 위치를 가질 수 있다.
그렇다고 메타가 벤처 캐피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 확장이 빠르게 필요한 시점이나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스케일업할 때는 전략적인 자본 조달이 필요하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러나 창업 초기에는 고객에게 솔루션을 판매하며 시장성을 직접 검증하고 초기 수익으로 사업기반을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방식이야말로 토대가 단단한 스타트업을 만드는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결국, 그가 강조하는 핵심은 ‘자생력 있는 성장’이다. 고객의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장기적인 기업 가치를 만들어가는 회사는 투자 여부와 무관하게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메타는 “얼마나 많은 돈을 받았느냐보다, 얼마나 강력한 가치를 만들어냈느냐가 결국 회사를 결정짓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