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리서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재 웹 인프라가 에이전틱 AI 시대의 도래에도 불구하고 AI 에이전트의 성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기존 웹이 사람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정보 구조가 기계에게는 비효율적이며 신뢰성 확보도 어렵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이에 대응해 타이거리서치는 '인튜이션(Intuition)' 프로젝트가 웹3 기반 기술로 새로운 인터넷 인프라 표준을 제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웹의 데이터는 주관적 표현이 많고, 형식이 제각각이라 AI 에이전트가 같은 정보를 정확히 해석하거나 결합하기 어렵다. 호텔 체크인 시간이 ‘2:30 PM’, 항공기의 출발 시간이 ‘14:30’ 등으로 각기 다른 형식으로 표기되는 현실은 기계학습 모델에게 큰 장벽이 된다. 더불어 신뢰할 수 없는 정보가 난립하면서, 에이전트는 판단 오류와 잘못된 해석을 초래하는 할루시네이션 현상에 쉽게 노출된다. 타이거리서치에 따르면, 이는 정보의 불균일성과 검증 체계 결여로 인한 구조적인 인프라 결핍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문제의 해법으로 인튜이션은 시맨틱 웹의 이상을 웹3 메커니즘으로 재현하는 전략을 제시한다. 핵심은 아톰(Atom)이라는 지식 단위를 통해 정보를 분해하고, 각각의 단위에 출처와 속성을 붙여 검증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단순 문장 형태의 진위 여부를 넘어, 각 구성 요소 단위의 신뢰성과 정확성을 다층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구축된 아톰은 다시 조합되어 지식 그래프를 형성하고, AI 에이전트가 이 구조화된 데이터를 기준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되는 구조다.
뿐만 아니라, 어떤 정보를 표준으로 채택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방식으로 토큰 큐레이티드 레지스트리(TCR)가 도입된다. 이는 토큰을 스테이킹해 특정 정보의 가치와 적절성을 시장 기반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참여자들은 유용하다고 판단한 아톰에 $TRUST 토큰을 예치하고, 시장에서 더 많이 사용되거나 높은 평가를 받을수록 보상을 받는다. 이러한 인센티브 구조는 과거 시맨틱 웹이 실패했던 데이터 구조 표준화와 유지 문제를 보완한다. 타이거리서치는 이를 통해 불분명한 정보를 제거하고, AI가 신뢰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시그널(Signal) 시스템이 더해져 정보에 대한 ‘신뢰도’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가시화한다. 시그널은 명시적 평가(토큰 스테이킹), 암묵적 패턴(조회·활용), 전이적 가치(신뢰하는 사용자의 피드백) 등 다양한 방식으로 축적되어, 어떤 정보가 누구에 의해 얼마나 신뢰받고 있는지 드러낸다. 이를 사용자별로 구성된 리얼리티 터널(Reality Tunnel)에 적용하면, 특정 전문가나 커뮤니티 기준을 반영한 정보 해석이 가능해져 에이전트의 판단 수준을 개인화할 수 있다.
인튜이션의 이러한 구조는 단순히 에이전트 성능 향상에 그치지 않고, 전반적인 디지털 생태계의 인프라를 재정의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플랫폼마다 고립되어 있던 데이터들이 공통의 구조로 통합돼 이동성과 확장성이 확보되며, ERC-20이 스마트 계약 기반 토큰 표준화를 이끌었던 것과 유사한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토큰 기반의 신뢰 시스템은 아마존 리뷰, 우버 평점, 링크드인 추천처럼 폐쇄적이던 평판 구조를 확장 가능하고 검증 가능한 공공 인프라로 만들 수 있다.
타이거리서치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 기술적 제안이 아닌, AI 에이전트들이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고 협업하는 차세대 인터넷 환경을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웹의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디지털 고속도로를 설계함으로써, 에이전트가 더 정교하게, 더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AI 에이전트가 우리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날이 다가오고 있는 지금, 그 기반이 될 차세대 웹 인프라 구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