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코 리서치(Kaiko Research)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암호화폐 시장이 2026년을 투기적 사이클이 아닌 제도화의 흐름 속에서 맞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분석에 따르면 기관투자자 중심의 통합, 규제 명확화, 스테이블코인 기반 유동성, 성숙해진 파생상품 시장이 개별 서사에 의존해온 과거 흐름을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6년 암호화폐 시장은 ’신규 사이클’보다 제도권 편입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돼야 한다. 카이코 리서치에 따르면 거래소와 상품, 자산들이 더 정교하고 규범화된 환경 하에서 성장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거시경제 흐름이나 개별 프로젝트에 기반한 투기보다 정책 결정과 규제 프레임워크가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히 미국에서 제정된 지니어스법(Genius Act)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연방 차원의 감독 체계를 명시하며 달러 기반 디지털 자산이 전통 금융 시스템으로 진입하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유럽연합 또한 오는 6월부터 완전 시행될 MiCA(Markets in Crypto-Assets) 법률을 통해 암호자산 전반에 대한 규제 일관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로써 스테이블코인, 거래소, 사용자 보호 기준 등이 유럽 전역에서 통일돼 보다 명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거래 환경이 조성될 전망이다. 한편, 바젤위원회가 제안한 은행의 암호자산 익스포저에 관한 금융 건전성 기준은 미국과 영국의 수용 거부로 연기 가능성이 제기되며, 제도화의 다음 방향을 가늠할 하나의 변수로 떠올랐다.
통화정책도 중요 변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2026년 초 금리 인하를 시작했으며, 이번 정책 변화는 비트코인(BTC) 등 위험자산에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카이코 리서치는 금리 수준과 비트코인의 음의 상관관계를 강조하며, 제롬 파월 의장 퇴임 이후 연준의 정책 유연성이 시장에 핵심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업률 상승과 인플레이션 둔화라는 거시경제 지표들은 연준의 완화적 스탠스를 정당화하고 있으며, 이는 암호화폐 시장에도 긍정적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기술 부문의 불확실성도 간과할 수 없다. AI 중심 빅테크 기업들의 고평가 위험이 현실화된다면, 그 파급력은 암호화폐 시장에까지 이어질 수 있다. AI 기반 서비스를 지향하는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이 부상하며 상호 연계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유동성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더 그래프(GRT)와 같은 프로젝트는 의미 있는 기술적 기축을 형성하고 있으나, 비트코인에 비하면 유동성이 극도로 낮아 시장 불안 시 큰 변동성을 드러낼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 유동성 측면에서는 USDC, USDT를 포함한 상위 5개 발행자가 전체 시가총액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이들의 유통 상황은 온체인 달러 흐름의 핵심 지표로 간주된다. 특히 10월 10일 시험대에 오른 시장 유동성 흐름에서도 USDT와 USDC는 독보적 복원력을 과시하면서 결제, 거래, 담보 활용 등에서 중심축으로 확립되고 있다. 실제로 이들의 평균 시장 깊이는 8~10백만 달러로, BTC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무기한 파생상품 거래소(DEX)의 성장은 구조적 전환을 상징한다.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는 2년 만에 바이낸스 거래량의 약 20% 수준에 진입했으며, 거래량뿐 아니라 미결제약정(OOI)에서도 OKX와 동등한 수준에 도달했다. 카이코 리서치는 거래 효율성, 슬리피지 감소, 청산 구조 개선 등이 이 같은 성장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아스터, 라이터, 에이펙스 등 타 DEX 플랫폼들도 유사한 추세를 보이며 중앙화 거래소의 역할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탈중앙화 금융(DeFi) 시장의 대출 부문 역시 비약적으로 확장 중이다. 예를 들어 에이브(Aave)는 2024년 대비 예치금과 대출금 모두 5배 이상 증가했으며, 현재 총 예치금이 400억 달러, 미상환 대출은 200억 달러를 초과했다. 이는 DeFi 생태계가 점차 일회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자산 흐름을 수용하게 됐음을 뜻한다.
총합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은 뚜렷한 제도화의 길을 걷고 있으며, 스테이블코인 유동성, 파생상품 시장의 성숙, 규제 환경의 정비가 시장 기반을 구성하고 있다. 개인투자자 중심의 서사보다는 기관 중심의 명확한 컴플라이언스, 거시정책, 거버넌스가 미래 암호화폐 시장의 주된 동력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