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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왜 특허를 포기했나… "모방이 오히려 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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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제은행(BIS) 연구 "경쟁사의 듀얼심 모방이 삼성 수익 26억 달러 더 키워"

 삼성은 왜 특허를 포기했나…

혁신을 이룬 기업이 특허를 포기하는 일이 있다. 상식에 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것이 더 현명한 전략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최근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2007년 인도 시장에 듀얼심(Dual SIM) 기술을 처음 선보인 뒤 경쟁사들의 무차별 모방을 사실상 묵인한 것이 결과적으로 삼성 자신에게 더 큰 이익을 안겨줬다. 특허를 행사해 독점권을 지켰더라면 오히려 수십억 달러의 이익을 놓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소비자는 처음에 듀얼심을 싫어했다

이 연구의 출발점은 단순한 질문이다. 왜 삼성은 듀얼심 관련 특허를 미국, 유럽, 한국에서는 취득하면서 정작 인도에서는 등록하지 않았을까.

연구진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인도 스마트폰 시장의 분기별 제품 데이터 1만 5,397건을 분석한 결과,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듀얼심 기능이 처음 출시됐을 당시 소비자들의 지불 의향(WTP)은 오히려 마이너스였다. 2007년에는 단말기 한 대당 마이너스 74달러, 즉 듀얼심이 없는 폰이 오히려 74달러 더 비싸도 사겠다는 의미였다.

낯선 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그만큼 컸다. 소비자들은 두 개의 유심을 쓰는 것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를 몰랐다.

WTP 곡선 + 비용 승수 그래프 (BIS)

경쟁사 모방이 시장을 키웠다

변화는 경쟁사들이 앞다퉈 듀얼심 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마이크로맥스, 카르본, 스파이스 등 인도 중소 제조사들은 연구개발(R&D) 역량도 없었지만, 중국산 부품을 조립해 삼성보다 훨씬 저렴한 듀얼심 폰을 쏟아냈다. 2009년 7개 업체에 불과하던 듀얼심 제조사는 2016년 44개로 늘었고, 듀얼심 폰의 시장 점유율은 0.2%에서 94%로 치솟았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인식이 바뀌었다. 저가 폰을 통해 듀얼심 기능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그 편의성을 깨닫기 시작했고, 지불 의향은 빠르게 플러스로 돌아섰다. 연구에 따르면 전환점은 2011년 1분기였다. 이때부터 소비자들은 듀얼심 폰에 더 많은 돈을 기꺼이 지불하기 시작했고, 2016년에는 지불 의향이 단말기당 플러스 21달러까지 올라갔다.

연구진은 이를 '선호 발견 외부효과(preference discovery externality)'라고 이름 붙였다. 경쟁사들의 저가 제품이 삼성이 직접 닿지 못했던 소비자층에까지 기술을 퍼뜨리면서, 삼성 스스로는 만들어낼 수 없었던 수요를 대신 키워줬다는 것이다.

특허를 행사했다면 26억 달러를 잃었다

연구의 핵심은 반사실 시뮬레이션이다. 삼성이 인도에서 특허권을 행사해 경쟁사들의 듀얼심 제품 출시를 막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결론은 역설적이었다. 특허를 행사한 쪽이 오히려 손해였다. 모든 분기에서 '특허 미행사' 시나리오의 삼성 수익이 '특허 행사' 시나리오를 웃돌았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누적 차이는 약 26억 달러에 달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경쟁사들이 듀얼심 시장을 키워주지 않았다면 소비자들이 이 기능의 가치를 발견하는 속도가 크게 늦어졌을 것이다. 연구진이 추가 분석을 통해 확인한 결과, 선호 발견의 시간 흐름에 따른 자연적 개선은 거의 없었다. 선호 변화의 대부분이 경쟁사 진입에 의한 것이었다.

둘째, 경쟁사들이 듀얼심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동안 삼성은 별도의 비(非)듀얼심 경쟁군에서 상대적으로 덜 치열한 경쟁 환경을 누릴 수 있었다. 특허를 행사해 모든 경쟁사를 단일심 시장으로 몰아넣었다면 삼성은 오히려 더 좁은 공간에서 더 많은 경쟁자와 싸워야 했다.

삼성의 분기별 수익 차이 막대그래프 (BIS)

생산 비용도 절반으로 줄었다

공급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 2007년 듀얼심 단말기의 생산 비용은 단일심 대비 63% 높았다. 그러나 경쟁사들이 대거 채택하면서 관련 부품, 특히 미디어텍(MediaTek) 칩셋이 대량 생산 체제로 전환됐고, 2013년에는 단일심과 비용이 같아졌다. 2016년에는 오히려 단일심보다 14% 저렴해졌다. 비용 프리미엄이 10년 새 47% 하락한 것이다.

이 비용 절감의 상당 부분은 경쟁사들의 대규모 생산이 만들어낸 규모의 경제 덕분이었다. 삼성 혼자였다면 이런 속도로 원가를 낮추기 어려웠을 것이다.

삼성의 분기별 수익 차이 막대그래프 (BIS)

오픈소스와 지식재산권 논쟁에 던지는 시사점

이 연구는 현재 진행 중인 AI 분야의 핵심 논쟁, 즉 개방형 모델과 독점형 모델 중 어느 쪽이 혁신 기업에 유리한가 하는 질문과도 맞닿아 있다. 메타의 라마(LLaMA)처럼 모델을 공개하는 전략이 오픈AI의 GPT처럼 독점을 유지하는 전략보다 장기적으로 더 유리할 수 있다는 논거를 이번 연구가 실증적으로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아직 기술의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초기 단계에서는, 경쟁사들의 모방이 시장 자체를 키우는 역할을 한다. 그 확장된 시장에서 브랜드력과 품질로 승부할 수 있는 원조 혁신기업이 결국 가장 큰 과실을 가져간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소비자 선호가 아직 형성 중인 상황에서 다수의 기업이 채택할 수 있는 형태의 혁신이라면, 선호 발견 효과가 독점 이익 상실 비용을 초과하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혁신 기업의 최적 전략을 결정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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