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하나증권 클럽원에서 열린 한·중 AI 스타트업 교류회에 다녀왔다.
중국 베이징 중관촌과 선전에서 온 AI 스타트업 7개사가 무대에 올랐다. 의료 AI, AI 한의사, 디지털 휴먼, 기업용 AI 브레인, 생성형 AI, BCI까지 분야도 다양했다.
행사장을 나오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의외로 기술이 아니었다.
기술만 놓고 보면 완전히 새로운 것은 많지 않았다. 혈액세포를 분석하는 AI, 기업 데이터를 통합하는 AI, 사람을 대신하는 디지털 휴먼, AI가 결합된 건강관리 서비스. 이미 세계 시장에서 여러 차례 등장했던 기술들이다.
그런데도 이 행사가 의미 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중국 기업들은 AI를 기술의 관점보다 활용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었다.
"우리 모델이 얼마나 뛰어난가"보다 "어디에 적용되고 있는가"를 이야기했다. "무엇을 만들었는가"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가"를 먼저 말했다.
병원에 전문 인력이 부족하니 AI가 혈액검사를 돕는다. 기업 안에 데이터가 흩어져 있으니 AI가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한의사가 모든 생활 상담을 할 수 없으니 AI가 건강관리를 보조한다. 대표가 직접 촬영하지 않아도 디지털 휴먼이 회사를 소개한다.
발표 주제는 달랐지만 공통된 메시지는 분명했다.
AI를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부족한 시간과 자원을 보완하는 도구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날 36Kr가 소개한 OPC(One Person Company) 개념은 오래 기억에 남았다.
한 사람이 AI 에이전트와 생성형 AI를 활용해 과거 여러 명이 수행하던 업무를 처리하는 구조다.
처음 들으면 다소 과장된 미래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러나 언론사와 대학, 기업 현장을 오랫동안 지켜본 입장에서 보면 이미 변화는 시작되고 있다.
기사 초안은 AI가 작성한다. 번역도 AI가 한다. 회의록도 AI가 정리한다. 고객 응대도 AI가 맡는다. 홍보 영상은 AI 아바타가 제작한다.
예전 같으면 여러 사람이 나누어 하던 업무를 이제는 한 사람과 AI가 함께 수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생각해보면 이것은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이며, 기업 구조의 변화다.
과거에는 조직 규모와 자본력이 경쟁력이었다면 앞으로는 AI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가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작은 조직이 큰 조직과 경쟁하고, 개인이 과거 기업 수준의 생산성을 갖게 되는 시대가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다.
물론 아쉬움도 있었다.
발표 시간은 짧았고 통역은 매끄럽지 못했다. 일부 기업은 흥미로운 비전을 제시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와 검증 방식은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 역시 아직은 제한적으로 보였다. 특히 의료 AI와 헬스케어 분야는 국내 규제 환경을 고려하면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그러나 현장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완성도가 아니라 방향일지도 모른다.
이번 행사에서 만난 기업들은 AI를 실험실의 기술로 설명하지 않았다. 의료, 기업 경영, 콘텐츠 제작, 창업 생태계와 연결된 산업의 언어로 설명했다.
그 점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나는 이날 7개의 스타트업을 본 것이 아니었다.
AI 이후의 기업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를 엿보았다.
직원 수가 경쟁력이었던 시대에서 AI 활용 능력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 조직의 크기보다 문제 해결 속도가 중요해지는 시대. 그리고 개인이 AI를 통해 자신의 역량을 크게 확장할 수 있는 시대가 시작되고 있었다.
AI는 사람을 단순히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다.
개인의 능력을 확장하고 조직의 운영 방식을 바꾸는 새로운 인프라에 가깝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더 좋은 AI를 만들었느냐가 아니다.
누가 먼저 자신의 산업 안으로 AI를 끌어들여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하느냐다.
이번 행사는 중국 AI 스타트업의 성공을 보여준 자리가 아니라, AI 시대 기업의 변화 방향을 생각하게 만든 자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