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미디어 제작사 스카이댄스 미디어가 전통 미디어 기업 파라마운트 글로벌을 인수하며 84억 달러 규모의 대형 합병을 공식 마무리했다. 이로써 두 회사는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라는 새로운 기업으로 출범하게 됐다.
스카이댄스와 파라마운트는 지난 2024년 7월 합병 계획을 발표했지만, 규제 당국의 승인 절차가 길어지며 실제 합병 완료까지 1년 넘게 소요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올해 2월에 승인을 마쳤지만,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심사가 지연되며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FCC는 지난달 말 최종적으로 스카이댄스의 인수를 승인함에 따라 이번 인수합병이 성사됐다.
합병을 주도한 스카이댄스는 영화 제작과 디지털 기술에 강점을 가진 신생 미디어 기업으로, 차세대 미디어 환경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파라마운트의 전통 콘텐츠와 글로벌 배급망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반면 파라마운트는 영화 '대부'로 유명한 파라마운트 픽처스와 방송사 CBS, 음악 전문 채널 MTV 등을 보유한 기존 미디어 그룹이지만, 최근 몇 년간 케이블TV 가입자 수 감소 및 스트리밍 시장 확산으로 수익성이 악화돼 구조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새로 출범한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스카이댄스를 설립한 데이비드 엘리슨이 맡게 됐다. 그는 IT기업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의 아들로 업계에서 기술과 재무를 모두 이해하는 리더로 평가받는다. 엘리슨 CEO는 “오늘은 새로운 파라마운트의 첫날”이라며, 앞으로 콘텐츠 전략, 경영 구조, 시장 확장 방식을 대대적으로 재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합병을 둘러싼 정치적 배경도 논란이 됐다. 파라마운트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CBS 소송 건에 대해 약 1천600만 달러 규모의 합의금을 지급했고,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FCC 승인 과정에서 정부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민주당 출신 FCC 위원인 애나 고메스는 “비겁한 굴복 끝에 합병이 마무리됐다”는 강한 비판을 내놨다.
이번 합병은 헐리우드 전통 강자와 신흥 기술 중심 기업 간 결합이라는 점에서 콘텐츠 산업 구조 변화의 신호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는 향후 이 회사가 단순 제작사를 넘어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스트리밍 기반의 종합 미디어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