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가 미국과 통화스왑 라인 개설을 추진하면서, 중동의 금융 질서와 안보 구도까지 함께 흔들 수 있는 변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단순한 외환 협력 차원을 넘어 달러 체제, 원유 거래, 지역 동맹 구조가 맞물린 사안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사니 알제유디 아랍에미리트 통상장관은 4일 아부다비에서 열린 행사에서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와 통화스왑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의 스왑 협의에 대해 미국의 제한된 상설 스왑 체계에 가까워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통화스왑은 두 나라 중앙은행이 필요할 때 서로의 통화를 교환해 외화 유동성을 공급하는 장치로, 금융시장이 흔들릴 때 외환위기를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유럽중앙은행과 캐나다, 일본, 영국, 스위스 등 5개 주요 중앙은행하고만 영구적인 상설 통화스왑 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가 이런 장치를 필요로 하는 배경에는 최근 중동 정세 악화가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수출이 차질을 빚으면서, 달러 확보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산유국이라고 해도 수출길이 막히면 외화 유입이 줄어들고, 그 여파는 환율과 금융시장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의 통화스왑은 비상시에 달러를 조달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움직임은 아랍에미리트의 최근 외교·에너지 전략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5월 1일 석유수출국기구, 즉 오펙을 탈퇴하며 사우디아라비아 중심의 기존 석유 질서에서 한발 물러서는 선택을 했다. 이는 원유 생산과 수출 전략을 자국 중심으로 다시 짜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동시에 미국과의 금융 연결고리를 강화하면, 오펙과 다소 긴장 관계에 있는 미국과 이해를 맞추는 효과도 생긴다. 미국 입장에서도 중동 주요 산유국과 달러 기반 협력을 넓히면 이른바 페트로달러 체제, 즉 원유 거래에서 달러의 중심 지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더 넓게 보면 이 문제는 금융을 넘어 안보 문제와도 연결된다. 아랍에미리트가 미국과 상시적인 통화 협력 체계를 구축하면 경제 분야 신뢰가 쌓이면서 군사·안보 협력까지 더 가까워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란을 지속적인 위협으로 보는 걸프 지역의 현실을 고려하면, 미국과의 밀착은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 반면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거리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중동 산유국들이 어느 통화 질서와 안보 축에 더 무게를 둘지 가늠하게 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