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협상 진전 기대 속에서도 군사 긴장과 유가 급등, 주요국 금리인상 우려가 동시에 부각됐다.
27일 국제금융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협상 진전 기대 속에서도 군사 긴장이 이어지며 국제금융시장이 지정학 리스크와 통화정책 우려를 동시에 반영했다. 미국 증시는 반도체주 강세로 상승했지만, 유럽은 금리인상 가능성과 자동차주 약세로 하락했고, 유가와 변동성 지표도 상승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여전히 가능한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군사적 긴장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추가 공습이 휴전 합의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에도 양국 협상이 가능하다고 밝혔으며, 초기 합의문 문구를 두고 의견이 오가고 있어 합의까지는 며칠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이 반드시 다시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란 협상단은 중재국 카타르와 종전 합의를 논의하고 있다. 루비오 장관의 발언은 합의 지연에도 외교적 해결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브렌트유가 99.58달러로 3.58% 상승하면서 단기간 내 합의 도출이 쉽지 않다는 시장의 우려도 반영됐다.
군사적 충돌도 이어졌다. 미군은 이란 남부에서 미사일 발사대와 기뢰 부설을 시도하는 선박을 표적으로 자위권 차원의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자국 영공에 진입한 미국 F-35 전투기와 여러 대의 드론을 향해 발포했다고 발표했다.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중동 분쟁과 긴장을 끝내기 위한 작업을 마무리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이제는 미국이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양국 합의의 주요 쟁점으로는 이란 동결 자금 해제,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 통행 보장, 이란 보유 고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가 거론됐다.
국제금융시장은 혼조세를 보였다. 미국 S&P500지수는 마이크론 등 반도체 관련주 강세에 힘입어 0.61% 상승한 7519.1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반면 유럽 Stoxx600지수는 자동차 관련주 약세와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0.57% 하락했고,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0.25% 내렸다. 한국 코스피는 2.55% 상승했다.
환율 시장에서는 달러화지수가 99.15로 0.09% 하락했다. 미국의 대이란 공습에도 협상 기대가 반영되며 달러화는 소폭 약세를 보였다. 유로화 가치는 0.11%, 엔화 가치는 0.24% 하락했다. 뉴욕 1개월물 NDF 원·달러 환율은 1505.9원, 스왑포인트를 감안하면 1507.2원으로 0.20% 상승했다. 한국 CDS는 22bp로 약보합을 나타냈다.
채권시장에서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메모리얼데이 연휴 이후 WTI 하락분 등이 반영되며 4.48%로 7bp 하락했다. 독일 10년물 금리는 ECB의 6월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2.98%까지 3bp 올랐고, 일본 10년물 금리는 2.73%로 2bp 상승했다. 위험지표인 VIX는 17.01로 2.53% 올랐다. 원자재 시장에서는 브렌트유가 3.58% 상승한 반면 금은 4507.9달러로 1.37% 하락했다.
미국 경제지표는 소비 심리 둔화와 주택가격 상승세 약화를 나타냈다. 5월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는 93.1로 전월 93.8을 밑돌며 3개월 연속 상승 흐름을 마쳤다. 응답자의 3분의 2가 물가상승을 고려해 지출을 줄이겠다고 답해 인플레이션 부담이 소비심리를 약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확인됐다. 3월 FHFA 주택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1% 상승해 2월 1.7%보다 상승세가 크게 둔화됐다.
JP모건은 미국과 이란이 외교적 합의를 통해 중동전쟁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며, 향후 6~12개월 동안 국채수익률과 유가가 점차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고려하면 증시의 금리인상 기대는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칼라일은 아시아 지역 원유 재고가 한계 수준에 근접했다고 경고했다. 마켓워치는 올해 1분기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이 전년 대비 24.8% 증가해 202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에서는 ECB 주요 인사들이 금리인상 필요성을 제기했다. 슈나벨 ECB 이사는 중동전쟁이 조기에 끝나더라도 원유 공급 문제가 이미 크게 발생한 만큼 6월 금리인상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인 드 갈로 위원도 인플레이션 억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CB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사모신용 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은행보다 보험사와 연기금이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에서는 기업 경기회복 기대가 약화됐다. 독일 상공회의소 설문조사에서 향후 사업 여건 악화를 예상한 기업 비율은 33%로 연초보다 8%포인트 높아졌다. 미래를 낙관적으로 본 응답자는 13%에 그쳤으며, 기업들은 중동전쟁뿐 아니라 구조적 문제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일본에서는 금리인상 가능성이 부각됐다. 일본은행이 발표한 4월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로 전월 2.5%보다 높아졌고, 정부 공식 근원 CPI 상승률 1.4%를 크게 웃돌았다. 히미노 료조 일본은행 부총재는 경제와 물가, 금융 상황에 맞춰 통화완화 정도를 적절한 속도로 조정해 인플레이션 통제에 대한 시장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은 이를 6월 금리인상 신호로 해석했다.
해외 언론과 전문가들은 금리와 주식시장 위험을 동시에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워시 체제의 연준 아래에서 단기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수익률곡선 평탄화가 진행되며 5년물과 30년물 국채수익률 스프레드가 81bp로 1년래 최저 수준까지 축소됐다고 평가했다. 브랜디와인 글로벌은 고유가 우려가 해소되더라도 공공부채 부담, 완화적 재정정책, 국방 및 AI 인프라 투자, 고령화, 지정학적 혼란 등 구조적 요인으로 미국 10년물 금리가 5~6%까지 오를 소지가 있다고 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주식 위험 프리미엄이 2002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주식 투자 매력이 감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식 기대수익률과 10년물 국채금리 간 격차가 거의 0에 근접하면서 위험자산 보상이 약화됐다는 설명이다. 머서 어드바이저스는 물가 상승 압력, 주가 고평가 논란, AI 기업 실적 우려를 감안하면 기업 이익의 장기 우상향 기대에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각국의 강력한 규제에도 역외금융이 효율성 추구와 느슨한 규제 환경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4년 기준 각국 기업의 역외자산 규모는 명목상 약 64조 달러로 2010년 대비 2배 이상 늘었고, 역외 회사채 발행도 급증했다. 사모신용과 신흥시장 투자자금도 역외금융 활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중국은 강력한 자본통제 때문에 역외금융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증시 호황이 AI 붐에 따른 생산성 향상 기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기대, 데이터센터 구축 기대, 풍부한 개인투자자 자금 유입에 기반하고 있다고 봤다. 다만 AI 부문에 집중된 투자와 높은 수익률에 따른 변동성 확대, 선진국의 인플레이션 위협과 부채 상환 부담, 기대에 못 미치는 AI 기업 실적, 고유가 장기화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대규모 IPO에 따른 주식 공급 급증은 위험 요인으로 제시됐다.
이 밖에 블룸버그는 저소득층의 물가 부담 확대 속에서 미국 경제에서 부유층 소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미국 사모신용이 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은 낮지만 구조화 금융 등 간접 위험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봤고, 미국 당국의 은행규제 완화 고착화가 금융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은행권의 AI 도입이 특정 기업 종속과 높은 비용 우려를 낳고 있다고 전했으며,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외교를 통한 글로벌 영향력 확대 시도는 넓지만 실제 성과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종합하면, 국제금융시장은 미국과 이란의 협상 기대에도 군사 충돌과 에너지 공급 불안, 주요국 금리인상 가능성, 주식시장 고평가 논란이 맞물린 복합 국면에 놓여 있다. 미국 증시는 반도체와 AI 기대를 바탕으로 강세를 이어갔지만, 유럽과 일본에서는 물가와 금리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유가 상승과 채권금리 변동은 향후 시장 방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