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로 치솟았던 상승세를 멈추고 24일(현지시간) 하락했다. 중국과 파키스탄이 미국·이란 대화 재개를 중재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시장이 최악의 공급 차질 가능성을 일부 되돌려 반영한 결과다.
이날 런던 아이스 선물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96.78달러로 전장보다 3.88% 내렸다. 뉴욕상업거래소의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배럴당 89.31달러로 3.12% 하락했다. 국제유가는 앞서 미국과 이란의 충돌 격화 속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이날 5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마감하고 6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다만 이번 주 전체로 보면 브렌트유는 9.85%, WTI는 9.21% 올라 여전히 높은 긴장 국면이 가격에 반영돼 있다.
시장 분위기를 바꾼 것은 외교적 해법에 대한 기대였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주도로 파키스탄이 미국과 이란의 협상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키스탄 정부 당국자는 중국이 이란의 걸프 지역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자국 이익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고 불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산유국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여서, 이 지역의 불안은 곧바로 세계 원유 공급 우려와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기 쉽다.
다만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실제로 해소된 것은 아니다. 미국은 14일째 이란 공습을 이어갔고, 이란은 쿠웨이트 등지의 미군 기지를 타격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시장이 외교 기대와 군사 충돌 현실 사이를 오가며 민감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캐피털 닷컴의 다니엘라 해선은 주요 해상 운송로를 둘러싼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유가에 상당한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이 다시 붙었다고 평가했다. 위험 프리미엄은 실제 공급 차질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그 가능성만으로 가격이 더 높게 형성되는 현상을 뜻한다.
일부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유가가 다시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UBS 글로벌 자산운용의 조반니 스타우노보는 중동의 원유 생산과 물류 회복이 시장 기대보다 더딜 수는 있지만, 연말에는 브렌트유가 배럴당 85달러 수준으로 내려올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결국 당분간 국제유가는 중동 정세와 외교 협상 진전 여부에 따라 큰 폭의 등락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며,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물가와 각국의 에너지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