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 비트코인 8만3천개 보유…미국 국채는 한국 추월

글로벌 디지털 자산 리서치 기관 메사리(Messari)가 스테이블코인 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미래 방향성을 집중 조명한 연례 보고서 《2025 스테이블코인 시장 보고서(State of Stablecoins)》를 지난 22일 발간했다. 보고서 신청은 구글폼 신청서를 통해 가능하다. [편집자주]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Tether)가 보유 중인 비트코인(BTC) 규모가 8만3천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상장사 중 2위 규모를 웃도는 수준으로, 비트코인을 준비금 자산으로 적극 편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테더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한국을 넘어섰으며, 이는 달러 패권 강화와 직결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트코인 대량 편입…상장사 2위 규모 뛰어넘어

테더가 7월 31일(현지시간) 공개한 2025년 2분기 준비금 보고서에 따르면, 6월 30일 기준 테더가 보유한 비트코인 가치는 89억2,817만 달러(약 11조8천억 원)다. 보고서상 비트코인 기준가(10만7,240달러)로 환산하면 약 8만3,254개에 해당한다.

비트코인트레저리 데이터에 따르면 상장사 중 비트코인 최대 보유 기업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62만8,791개)이며, 2위는 마라톤홀딩스(5만 개)다. 테더는 비상장사지만 이들과 비교했을 때 두 번째로 많은 규모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테더가 스테이블코인 발행 과정에서 확보한 수익을 단순 현금 보관 대신 비트코인 등 대체자산으로 다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국채 1,268억 달러…한국 추월

테더 준비금의 핵심은 여전히 미국 국채다. 보고서에 따르면 테더는 미국 국채를 직·간접적으로 총 1,268억 달러 보유 중이며, 직접 보유액은 1,055억 달러, 간접 보유액은 213억 달러다. 이는 미 재무부가 5월 공개한 한국의 미 국채 보유액(1,242억 달러)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테더 측은 “미국 국채 보유는 달러 패권 강화에 기여하며, USDT가 민간 혁신으로 미국 정책 목표를 보조하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파올로 아도이노 CEO는 “USDT는 투명성과 글로벌 확장성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구현할 수 있는 혁신을 입증했으며, 전 세계 수십억 인구가 달러의 안정성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밝혔다.

2분기 순익 49억 달러…중장기 투자 확대

테더의 2분기 순익은 49억 달러(약 6조4천억 원)로 집계됐다. 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미국 내 40억 달러 규모의 중장기 투자를 진행 중이다. 대표 사례는 캔터피츠제럴드·소프트뱅크와 공동 설립한 ‘21캐피털’이다. 이 기업은 현재 4만3,514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인 캔터에퀴티파트너스를 통해 뉴욕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다. 상장 시 글로벌 비트코인 보유 상장사 순위 3위로 올라서게 된다.

스테이블코인 시장 동향: 시총 2,649억 달러 신기록

테더의 공격적 행보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확장과 맞물린다. 7월 29일 기준 스테이블코인 전체 시가총액은 2,649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더리움이 1,326억 달러로 1위를 유지했으며, 트론(824억 달러), 솔라나(117억 달러), 하이퍼리퀴드(52억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솔라나와 하이퍼리퀴드는 각각 12.1%, 39.4%의 월간 성장률을 기록하며 급성장 중이다.

반면 일평균 거래량은 전주 대비 14% 감소한 859억 달러로 나타나 단기 결제 수요는 주춤한 모습이다. 이더리움과 트론이 여전히 거래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양대 허브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규제와 기업 행보도 가속

최근 기업과 규제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잇따르고 있다. 마스터카드는 USDC, PYUSD 등 주요 스테이블코인 지원을 글로벌 결제망으로 확장하며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의 경계를 좁히고 있다. 또 에테나 랩스(Ethena Labs)와 앵커리지 디지털은행은 미국의 신규 스테이블코인 법안인 ‘지니어스(GENIUS) 법’에 맞춰 첫 규제 준수 스테이블코인 USDtb를 발행, 제도권 정착 움직임을 가속화했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이 유럽 통화 주권을 위협할 수 있다며 유로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육성과 디지털 유로 발행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러시아는 서방 제재 회피 수단으로 루블 연동 스테이블코인 A7A5를 적극 활용하며 거래량 410억 달러를 돌파했다.

민간 주도 달러 패권 강화 vs 규제 리스크

전문가들은 테더의 행보를 두고 엇갈린 평가를 내놓는다. 한편으로는 미 국채와 비트코인 양쪽을 활용한 하이브리드 준비금 모델이 달러 패권 강화와 스테이블코인 신뢰도 제고에 기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ECB 등 각국 중앙은행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자국 금융 시스템에 미칠 파급력을 우려하며 규제 논의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처럼 스테이블코인은 더 이상 단순 결제 수단을 넘어 글로벌 금융 질서의 핵심 변수로 자리잡고 있으며, 테더의 움직임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도 중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