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MU)이 시장의 예상을 크게 웃도는 2025 회계연도 4분기 실적을 발표해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상승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 수요 폭증에 힘입은 고대역폭 메모리(HBM) 칩의 매출 호조가 주된 배경이다. 실적 발표 직전 이미 상향 조정된 가이던스를 또 다시 뛰어넘은 만큼 향후 추가 상승 모멘텀에 대한 기대감도 확산되고 있다.
마이크론은 주당 순이익(EPS)이 $3.03으로 집계돼 월가 컨센서스였던 $2.86을 상회했으며, 전년 동기($1.18)보다 약 157% 증가했다. 분기 매출은 113억 달러(약 16조 3,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46% 늘었으며, 시장 예상치(112억 달러)를 웃돌았다. 순이익도 기존 8억 8,700만 달러(약 1조 2,800억 원)에서 32억 달러(약 4조 6,000억 원)로 대폭 증가해 수익성 회복세를 뚜렷하게 입증했다.
마이크론은 이번 실적 발표에서 2026 회계연도 1분기 예상도 제시하며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회사는 매출이 125억 달러(약 18조 원) 내외가 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주당 순이익은 $3.60~$3.90로, 이는 시장 예상치인 $3.05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AI 서버에서 핵심 부품으로 자리잡은 HBM 메모리 수요가 실적을 견인했다. 마이크론은 현재 미국 내 유일한 HBM 칩 제조업체로, AI 인프라 확대에 따른 수혜가 집중되고 있다. CEO 산제이 메흐로트라(Sanjay Mehrotra)는 애널리스트 콜에서 "트릴리언 달러 규모의 AI 투자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메모리가 차지할 비중이 상당할 것"이라며 마이크론의 전략적 우위를 강조했다.
부문별로 보면, AI용 메모리를 포함한 클라우드 메모리 사업부가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한 45억 4,000만 달러(약 6조 5,4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모바일 및 PC 중심의 클라이언트 부문은 18% 증가한 37억 6,000만 달러(약 5조 4,100억 원), 차량 및 임베디드 부문도 16% 증가한 14억 3,000만 달러(약 2조 600억 원)를 기록했다. 반면, 전통적 강점이었던 데이터센터 핵심 부문은 매출이 22% 감소하며 15억 7,000만 달러(약 2조 2,600억 원)에 그쳤다.
메흐로트라 CEO는 DRAM 공급이 여전히 매우 타이트한 상황이라며 수요 대비 공급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차세대 HBM4 제품의 시험 제품을 고객사에 이미 출하했으며, 전송속도가 2.8테라바이트/초, 핀당 속도 11기가바이트/초를 구현한다고 밝혔다. 그는 "HBM 사양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지만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마이크론 주가는 장 마감 후 1% 이상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주가는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증권가에서도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TD 코웬의 크리쉬 산카르 애널리스트는 "통상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이 시점에서는 재고 과잉으로 둔화되기 마련이지만, AI 수요로 인해 상승 사이클이 예외적으로 길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당분간 주가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AI 수요 급증으로 반도체 업계의 전통적인 사이클론 모델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마이크론은 메모리 산업의 새 시대를 여는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AI 중심의 구조적 수요 확대가 단발성 호재에 머무르지 않고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