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4일 장 초반 반도체주 강세와 외국인·기관 매수에 힘입어 또다시 장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중동 정세를 둘러싼 긴장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당장 전쟁 변수보다 미국 기술기업 실적과 반도체 업황 기대를 더 크게 반영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날 오전 9시 20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63.38포인트(2.48%) 오른 6,762.25를 기록했다. 지수는 개장과 동시에 184.06포인트(2.79%) 상승한 6,782.93까지 올라섰고, 이는 지난 4월 30일의 장중 최고치인 6,750.27을 1거래일 만에 넘어선 수준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도 25.21포인트(2.11%) 오른 1,217.56으로 상승폭을 키웠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4원 내린 1,472.9원에 출발했는데, 원화 약세가 다소 진정된 점도 외국인 자금 유입에 우호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수급을 보면 상승 동력은 뚜렷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8천11억원, 4천572억원을 순매수했고, 개인은 1조2천22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도 540억원 순매수를 나타냈다. 국내 증시가 노동절인 5월 1일 휴장한 사이 미국 증시는 기술주 중심으로 강세를 이어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는 이틀 연속 올랐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2거래일 동안 각각 2.26%, 0.87% 상승했다. 이는 한국 증시에서 반도체와 인공지능 관련 종목에 대한 기대를 더 자극하는 배경이 됐다.
중동발 불안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지만, 시장은 이를 즉각적인 악재로만 보지 않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사태 해결을 위한 외교·정책 선택지와 미국산 원유 증산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한때 긴장 완화 기대를 키웠지만, 이후 이란의 종전 협상 역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보도가 나오며 다시 경계심이 높아졌다. 한국시간 4일 새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걸프만에 발이 묶인 제3국 선박의 이동을 돕는 이른바 ‘해방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밝혔고, 이란 측은 이에 대해 휴전 위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현재 시장이 지정학적 충격 자체보다 기업 실적이 실제로 얼마나 좋은지를 더 중요하게 보는 국면이라고 평가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팔란티어와 에이엠디(AMD) 등 미국 인공지능 관련 기업의 실적이 이번 주 국내 증시 추가 상승의 강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4일 예정된 팔란티어 실적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인터넷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방식) 업종 전반의 회복력을 가늠하는 계기가 되고, 5일 예정된 에이엠디 실적은 국내 반도체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종목별 흐름도 반도체와 수출주 중심이었다. SK하이닉스는 4.59% 오르며 장중 135만4천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고, 삼성전자도 2.72% 상승했다.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인 SK스퀘어는 9.75% 급등했고, LG에너지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강세를 나타냈다. 미국의 유럽산 자동차 관세율 인상 발표에 따른 반사이익 기대가 부각되면서 현대차와 기아도 동반 상승했다. 반면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금융주는 약세였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한화오션도 소폭 밀렸다. 업종별로는 섬유의류, 전기전자, 철강소재가 올랐고 건설과 종이목재는 내렸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외국인이 2천222억원 순매수하며 상승을 이끌었고,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알테오젠, 레인보우로보틱스 등이 올랐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 대형 기술기업 실적이 기대를 충족하는지, 그리고 중동 긴장이 원유 가격과 환율을 다시 흔드는지에 따라 향후 강세의 지속 여부가 갈릴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