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은 29일 최근 국내 증시의 주도주 쏠림 현상이 더 강해질 수 있으며, 훗날 이 흐름이 풀리기 시작할 때는 오히려 시장 거품이 꺼지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KB증권 이은택 연구원이 낸 보고서를 보면, 특정 종목군으로 자금이 몰리는 현상은 단순한 투기 과열이라기보다 버블 국면 후반에 반복적으로 나타난 시장의 특징에 가깝다. 그는 1929년 미국의 신기술 소비재, 1972년 니프티 피프티, 2000년 닷컴 주식 사례를 들며, 당시에도 시장을 이끄는 대표 종목들에 자금이 극단적으로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니프티 피프티는 1970년대 초 미국 시장에서 장기 성장 기대를 받으며 높은 평가를 받았던 대형 우량주 묶음을 뜻한다.
보고서는 이런 쏠림이 당시 기준으로는 나름의 근거를 가진 합리적 선택이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과거 주도주들은 단지 미래 기대만 부풀려졌던 것이 아니라 실제 이익 증가 속도도 빨랐고, 그래서 투자자들이 높은 가격을 감수하고서라도 해당 종목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 업종이 강한 실적 기대를 바탕으로 시장 중심에 서 있는 상황과 닮아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최근 국내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대형 반도체주 편중이 심해진 상태다. 이는 시장 전체가 고르게 오르기보다는 소수 핵심 종목이 지수를 끌어올리는 구조라는 뜻이다. 겉으로는 강세장이 이어지는 것처럼 보여도, 상승 동력이 일부 종목에만 집중돼 있으면 시장 체력은 생각보다 좁을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주의해서 볼 대목이다.
이 연구원은 버블의 막바지로 갈수록 이런 집중 현상이 완화되기보다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봤다. 동시에 역사적으로는 나중에 주도주 쏠림이 해소되는 순간이 시장의 건강한 상승 확산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오히려 거품 붕괴의 전조로 나타난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반도체 등 핵심 대형주에 자금이 더 몰릴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반대로 쏠림이 약해지는 시점에는 시장 조정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