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상승을 이끄는 종목이 극히 일부에 집중되면서 2000년 닷컴 버블 정점과 닮은 위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 경제방송 시엔비시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시장 분석가 마이클 하트넷은 최근 보고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 지수가 지난 5월 29일 최고치를 새로 썼지만, 지수 편입 종목 가운데 같은 날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기업은 20곳뿐이었다고 짚었다. 지수는 오르는데 실제로는 소수 대형주만 강하게 뛰는 이른바 쏠림 현상이 뚜렷하다는 의미다. 그는 이런 모습이 인터넷 기업 중심의 투기 열풍이 극에 달했던 2000년 3월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하트넷은 현재의 급등세를 아직 끝나지 않은 투기적 가격 움직임으로 보면서도, 이런 국면이 오히려 버블 붕괴가 가까워졌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특히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과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의 과열을 꺾는 계기가 될 가능성을 거론했다. 금리가 오르면 미래 성장 기대를 앞세운 고평가 기술주의 현재 가치가 낮아지기 쉬워, 버블 장세가 흔들릴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과거 대형 버블 붕괴 이후에는 장기 채권이나 경기 방어주, 또는 버블 말기에 상대적으로 덜 오른 업종이 대안으로 부각되는 흐름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번 랠리는 인공지능 반도체 종목이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지난 5월 마이크론은 88% 급등했고, 에이엠디도 46% 올랐다.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 지수는 4월과 5월 두 달 동안 25% 뛰어 최근 20년 사이 같은 기간 기준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다만 시장이 넓게 오르기보다 특정 업종, 그중에서도 인공지능 기대를 안은 반도체 종목에 수급이 몰렸다는 점이 이번 강세장의 특징으로 꼽힌다.
시장 내부 지표는 이런 불균형을 뒷받침한다. 상승 종목 수와 하락 종목 수의 차이를 보여주는 등락주선은 3월 말 급등한 뒤 4월 중순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는 지수 상승과 달리 시장 체력이 약해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표적 지표로 여겨진다. 오펜하이머의 기술주 애널리스트 아리 왈드도 지난 5월 23일 보고서에서 4월 초 급등 이후 증시 내부 지표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BCA리서치 역시 5월 20일 기준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 편입 종목의 약 55%만 200일 이동평균선 위에서 거래됐다고 분석했다. 장기 추세선 위에 있는 종목 비율이 절반 수준에 그친다는 것은, 지수 겉모습보다 실제 시장 기반이 좁다는 뜻으로 읽힌다.
결국 지금 미국 증시는 지수 자체의 강세와 시장 내부의 취약성이 동시에 나타나는 국면으로 볼 수 있다. 소수 인공지능 관련 대형주가 상승세를 계속 끌고 갈 수도 있지만, 시장 폭이 넓어지지 않은 채 금리 부담까지 겹치면 변동성이 갑자기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미국 통화정책 방향과 기술주 실적, 그리고 상승세가 다른 업종으로 확산되는지 여부에 따라 강세장의 지속 여부가 갈릴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