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라증권은 인공지능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업황의 강한 확장 국면이 이제 본격화하고 있다며, 한국 증시가 반도체뿐 아니라 방산과 자동차까지 포함한 폭넓은 상승 동력을 갖추고 있다고 12일 진단했다.
노무라증권은 이날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에서 ‘2026년 한국 경제 및 주식시장 미디어 브리핑’을 열고, 최근 메모리 매출 증가 흐름이 과거와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가파르다고 설명했다. 정창원 아시아 리서치 공동 대표는 메모리 가격이 급등한 뒤 둔화하더라도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은 기업 가치 평가라고 짚으면서, 현재 국면을 단기 과열이 아니라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출발점으로 봤다. 특히 인공지능 확산으로 메모리 수요가 장기간 구조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한때는 앤트로픽, 오픈에이아이, 엑스에이아이 같은 인공지능 기업들의 적자가 투자 축소로 이어져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업체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노무라는 이런 자금 우려가 이미 시장에서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주식시장 전망도 강한 쪽에 무게를 뒀다. 노무라는 지난달 20일 코스피 목표치를 10,000∼11,000으로 올려 잡았고,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 목표주가는 각각 59만원과 400만원으로 제시했다. 박세영 한국리서치 헤드는 인공지능 반도체 사이클과 함께 전력 수요 증가가 증시 상승의 핵심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 산업은 반도체뿐 아니라 전력 설비, 데이터센터, 산업재 수요까지 함께 끌어올리는 특성이 있어서 관련 업종 전반에 파급효과가 크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최선호 종목으로는 삼성전자, 에스케이하이닉스, 현대로템, 기아, 삼성에스디아이 등을 꼽았다. 기업들이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상법 개정 대응, 이사회 구성, 자본 효율화 방안 등 지배구조 개선 내용을 내놓은 점도 한국 증시에 우호적인 변화로 평가했다.
한국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시장 지수 편입 가능성에도 기대를 나타냈다. 박 본부장은 이달 발표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시장 지수 관찰대상국 편입 확률을 60% 정도로 추정했다. 이는 노무라증권의 공식 수치는 아니지만, 시장 접근성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전망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은 그동안 한국이 관찰대상국에 포함되지 못한 이유로 외환시장 제도를 반복적으로 지적해 왔는데, 정부가 외환시장 24시간 거래 확대 등 제도 정비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장애물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선진시장 지수 편입은 해외 장기 자금 유입 기반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에 상징성과 실익이 모두 큰 사안으로 꼽힌다.
환율과 금리 전망은 다소 신중했다.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이 연말 1,470원, 내년 1,420원 수준으로 점차 낮아질 수는 있지만, 올해 3분기까지는 1,500원대의 높은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한국은행이 7월부터 세 차례 기준금리를 올려 기준금리가 3.25%까지 갈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했지만, 금리 인상만으로 원화 강세가 빠르게 나타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상 쪽으로 움직이면 원화 약세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봤다. 다만 한은의 세 차례 인상 정도는 재정 측면에서 충격을 일부 흡수할 수 있어 경제 전반에 과도한 부담은 아닐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인공지능 투자 지속 여부, 미국 통화정책 방향, 한국 외환시장 제도 개선 속도에 따라 한국 증시의 상승 폭과 원화 흐름이 함께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