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8일 반도체 업종을 둘러싼 대외 악재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장 초반 8% 넘게 급락했고, 이에 따라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달아 발동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0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 이상 떨어진 6,200대로 밀렸고, 코스닥 지수도 같은 시각 6%대 하락세를 나타냈다. 올해 들어 사이드카는 42번째, 이 가운데 매도 사이드카는 22번째다.
이번 급락은 단순히 하루 충격이라기보다 최근 누적된 불안이 한꺼번에 표면화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달 들어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고점을 지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커진 데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투자심리가 이미 약해진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전날 중국 과창판(커촹반·과학기술주 중심 시장)에 상장한 뒤 주가가 400% 넘게 급등하며 중국 본토 상장사 시가총액 1위에 오른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은 중국 반도체 산업의 추격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CXMT의 현재 시장 점유율은 1분기 기준 8%로 삼성전자 38%, 에스케이하이닉스 29%, 마이크론 22%보다 아직 낮다. 다만 시장이 더 민감하게 보는 지점은 현재 실적보다 상장 이후 조달한 자금이 어디에 쓰이느냐다. 미래에셋증권은 579억위안 규모 자금이 신규 생산능력 확대와 디디알5(DDR5), 장기적으로는 에이치비엠(HBM·고대역폭 메모리) 개발에 투입될 경우 글로벌 디램 공급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여기에 중국이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양산에 들어갔다는 보도까지 더해지면서,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에도 중국의 반도체 자립이 진전되고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었다. 이는 결국 중국 업체들의 장비 조달 병목이 완화되고 범용 디램 공급이 늘어나 국내 업체와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는 걱정으로 이어졌다.
국내 증시에서는 반도체 대표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8.27% 내린 23만원대로 밀렸고, 에스케이하이닉스는 10.08% 급락해 160만원대로 떨어졌다. 두 회사 시가총액은 각각 1천300조원대와 1천100조원대로 줄었고, 코스피 내 합산 비중도 49.16%로 50% 아래로 내려왔다. 그동안 지수를 끌어온 핵심 종목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에스케이스퀘어(-10.81%), 삼성생명(-6.90%), 삼성물산(-8.25%) 등 관련 종목과 시가총액 상위주 전반으로 하락이 확산됐다. 다만 키움증권은 중국산 DUV 장비의 생산 규모가 초기에는 5대 수준이고 2027년에도 20대 정도로 알려져 있어, 여전히 에이에스엠엘(ASML)의 생산능력 우위는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결국 이번 충격은 실질 경쟁력 변화 자체보다 취약해진 투자심리가 뉴스에 과민하게 반응한 측면도 있다는 뜻이다.
해외 시장 여건도 국내 투자심리를 더 악화시켰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는 엔비디아의 오픈에이아이(OpenAI) 관련 지급 보증 보도와 대규모 협력·투자를 둘러싼 순환거래 우려가 다시 불거지면서 반도체주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엔비디아는 4.99% 하락했고, 마이크론은 2.25%, 샌디스크는 11.02%, 웨스턴디지털은 4.21%, 에이엠디(AMD)는 5.17% 각각 내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2.23% 하락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CXMT가 아직 외국인 투자자가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후강퉁 대상 종목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상장 흥행이 국내 증시 수급을 직접 대거 빼앗는 단계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반도체 업종의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크지만, 시장이 중국발 뉴스의 실제 파급력과 과도한 공포를 구분하기 시작하면 낙폭이 큰 주도주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가 다시 유입될 여지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