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 반도체 기대를 등에 업고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를 눈앞까지 추격했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가 주가를 밀어 올리면서, 두 기업의 시가총액 격차는 역사적으로 드문 수준까지 좁혀졌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분 기준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2천50조884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시각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2천87조1215억원으로,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의 98.23% 수준까지 따라붙었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 차이는 37조331억원에 그쳤다. 이날 장중 주가 흐름도 차이를 보였다. SK하이닉스는 5%대 상승세를 나타낸 반면, 삼성전자는 1%대 오름폭에 머물렀다.
시장 관심이 큰 이유는 삼성전자가 국내 증시 최상단 자리를 사실상 25년 넘게 지켜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1999년 7월 29일 처음 시가총액 1위에 오른 뒤, 2000년 11월 21일 이후로는 한 번도 선두를 내준 적이 없다. 따라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시가총액에서 앞지르게 되면, 삼성전자는 약 25년 7개월 만에 2위로 내려오게 된다. 다만 삼성전자 우선주인 삼성전자우까지 함께 보면 상황은 다소 다르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의 합산 시가총액은 같은 시각 2천268조8천585억원으로, SK하이닉스의 110.67% 수준이다. 보통 보통주 기준 순위가 시장의 대표 지표로 쓰이지만, 전체 기업가치를 넓게 볼 때는 우선주까지 함께 보는 시각도 있다.
두 기업의 격차가 빠르게 줄어든 배경에는 올해 글로벌 증시를 관통한 반도체 쏠림 현상이 있다. 특히 인공지능 서버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HBM 수요가 폭증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가 직접적인 수혜를 받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들어 197.7% 올랐지만,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341.9% 상승해 훨씬 가파른 주가 흐름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뿐 아니라 스마트폰, 가전, 디스플레이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넓어 특정 업종 강세가 기업 전체 가치에 즉각 반영되는 폭이 상대적으로 제한된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기대도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ADR은 해외 기업이 미국 증시에서 자사 주식을 보다 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증권으로,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자금의 접근성을 높이는 수단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ADR 상장을 위한 공모 등록신청서(Form F-1)를 제출했다. 시장에서는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미국 증시 상장 기대, 메모리 업황 회복이 맞물릴 경우 SK하이닉스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경쟁력 회복 여부와 실적 개선 속도에 따라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국내 반도체 대표주의 시가총액 경쟁은 앞으로도 증시의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