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 조정 유예가 끝났지만, 시장에서는 우려했던 대규모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기보다 점진적인 리밸런싱이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4분 기준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천515억원어치를 순매도하고 있다. 매도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가 포함된 전기·전자 업종 1천17억원, 금융 367억원, 유통 65억원 등에 집중됐다. 같은 시각 외국인은 1조2천967억원 순매도, 개인과 기관은 각각 1조27억원과 3천200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연기금이 170억원 순매수로 대응하고 있어, 전체적으로는 자산군별로 속도를 나눠 조정하는 모습에 가깝다.
이번 관심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이 목표 수준을 웃돌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이 전체 자산의 30% 안팎까지 높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3월 말 포트폴리오와 벤치마크를 바탕으로 계산할 때, 6월 말 코스피가 8,175 이상이면 국내주식 비중이 최대 허용범위 28.8%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전날 코스피 종가가 8,476.48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비중은 29%대 중반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지난달 26일 코스피 종가 8,411.21 기준으로 국내주식 비중이 30% 수준으로, 올해 목표비중 20.8%를 9.2%포인트 초과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를 곧바로 대규모 매도 압력으로 연결하는 해석은 과장됐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국민연금 운용에는 전략적 자산배분과 전술적 자산배분이라는 허용범위가 함께 적용되는데, 이를 고려하면 실제 추가 조정이 필요한 규모는 크게 줄어든다. 대신증권은 전략적 자산배분 허용범위 6%포인트와 전술적 자산배분 허용범위 2%포인트를 반영할 경우, 리밸런싱 대상은 나머지 1.2%포인트 수준인 21조4천억원 정도에 그칠 수 있다고 봤다. 시장 일각에서 거론된 최대 60조원 안팎의 매도 가능성은 이런 운용 범위를 반영하지 않은 단순 계산이라는 지적이다.
증권가에서는 국민연금이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매도 시점과 속도를 세밀하게 나눌 것으로 보고 있다. 조용구 연구원은 최근 주가 조정으로 당장 부담해야 할 매도 물량이 줄었고, 연간·월간·일간 리밸런싱 상한도 축소한 것으로 전해진다고 설명했다. 한지영·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도 국민연금은 통상 증시 수급이 비교적 안정적일 때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경향이 있어, 이번에도 시장 상황에 맞춘 점진적 대응이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주가가 다시 빠르게 오르더라도 기계적으로 한 번에 파는 방식보다는 속도를 조절하면서 연말 추가 비중 조정 여부까지 함께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한편 하반기 국내 증시에 대해서는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상승 흐름이 완전히 꺾이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종민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하반기 이후 거시경제 부담, 인공지능 실적에 대한 의구심, 유동성 우려가 겹치며 시장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미국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오히려 역발상 기회가 될 수 있고, 인공지능 산업 역시 이어지는 이익 모멘텀으로 의구심을 상쇄할 수 있다고 봤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국민연금의 리밸런싱이 단순한 매도 변수에 그치지 않고, 증시 방향과 수급 여건을 함께 보며 속도 조절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