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서 반도체 중심 흐름이 약해지는 가운데 에너지와 소재 등 경기민감 업종으로 자금이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재 ETF는 연초 이후 자산 대비 28.6%, 에너지 ETF는 14.1%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제로헤지는 로이드 번(Lloyd Byrne) 제프리스(Jefferies) 애널리스트가 고객 메모에서 정제 제품 마진 상승, 가스발전 수요 강화, 이익 추정치 개선을 에너지주의 주요 동력으로 제시했다고 전했다. 번 애널리스트는 제프리스에서 에너지 업종을 다루는 월가 애널리스트다.
이번 분석의 핵심 지표는 정제마진이다. 뉴욕항 6개월 디젤-원유 스프레드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제프리스는 이 지표가 에너지 셀렉트 섹터 SPDR 펀드($XLE)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고 제시했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휘발유·디젤 등 석유제품으로 가공해 판매할 때 남는 차이다. 정유사는 원유 가격과 제품 판매 가격의 차이가 벌어질수록 이익 여지가 커질 수 있다. 다만 정제마진이 모든 에너지 기업의 실적에 같은 방식으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번 애널리스트는 '10 Charts That Mattered' 보고서에서 에너지와 소재를 고실질금리 환경에서 선호되는 고품질 업종으로 분류했다. 10년물 물가연동국채(TIPS) 실질수익률은 약 2.5%로, 1997년 이후 79번째 백분위에 놓였다고 제시됐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금리다. 실질금리가 높다는 것은 물가를 감안한 차입 비용이 높다는 뜻이다. 이 구간에서는 성장 기대에 크게 의존하는 업종보다 현금흐름과 비용 전가력이 확인되는 업종이 상대적으로 주목받기 쉽다.
종목별로는 발레로에너지($VLO)가 정제마진 확대에 직접 노출된 기업으로 거론됐다. 코노코필립스($COP)와 EOG리소시스($EOG)는 정제마진보다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에 더 민감한 상류 생산업체로 분류됐다.
소재주에서는 CF인더스트리즈($CF), 에이버리데니슨($AVY), 크라운홀딩스($CCK)가 언급됐다. 제프리스는 소재주가 정제마진의 직접 수혜 대상은 아니지만 높은 실질금리 환경에서 선호될 수 있는 업종으로 봤다.
자금 흐름도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소재 ETF는 연초 이후 자산 대비 28.6%의 순유입을 기록했고, 산업재는 16.7%, 에너지는 14.1%였다. 기술주는 4.1%에 그쳤다.
제로헤지는 이 흐름을 두고 투자자들이 반도체에서 경기민감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전했다. 다만 ETF 순유입은 특정 종목의 가격 상승을 보장하는 지표가 아니라 업종 선호 변화를 보여주는 수급 자료에 가깝다.
이번 흐름은 AI 인프라 투자와 전력 수요를 함께 보는 시장 시각과도 맞물린다. 본지는 앞서 AI 인프라 확대에 필요한 전력 수요와 투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프리스 메모도 가스발전 수요를 에너지주 동력 중 하나로 제시했다.
한국 투자자에게는 에너지 가격, 전력 수요, 금리 환경이 함께 읽히는 대목이다. 미국 에너지·소재주로 향하는 자금 흐름은 원자재 가격과 달러 금리, AI 설비투자 논쟁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이번 자료는 특정 종목의 가격 상승을 단정하지 않는다. 정제마진 확대는 발레로에너지 같은 정유사에 직접 연결되지만, 상류 생산업체와 소재주는 각각 원자재 가격과 실질금리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에너지와 소재 업종의 강세가 암호화폐 시장으로 곧바로 이어진다고 보기도 어렵다. 자료에 암호화폐 가격 전망은 담기지 않았으며, 위험자산 내 업종 회전과 전력 수요를 읽는 배경 자료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