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가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169조6022억원을 순매도하며 한국 증시 수급의 핵심 변수로 남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수 방어의 중심에 섰지만 외국인 자금은 아직 뚜렷하게 돌아오지 않았다.
한국경제는 코스콤 CHECK 자료를 토대로 외국인이 1일 장 마감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169조602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연간 순매도액 4조6546억원의 36배가 넘는 규모다.
월별 흐름도 매도 쪽으로 기울었다. 외국인이 올해 코스피에서 순매수한 달은 1월 1186억원, 4월 1조1283억원 두 차례뿐이었다.
2월과 3월에는 각각 21조원, 35조원 넘게 팔았다. 5월 44조7000억원, 6월 48조6000억원, 7월 9조9000억원, 8월 10조2000억원가량의 순매도도 이어졌다.
금융감독원은 8월 21일 발표한 ‘2026년 7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서 7월 외국인이 국내 상장주식을 31조6640억원 순매도했다고 밝혔다. 유가증권시장 순매도액은 30조7760억원, 코스닥시장 순매도액은 8890억원이었다.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순매도는 7개월 연속 이어졌다. 본지도 앞서 외국인이 7월 국내 상장주식을 31조6640억원 순매도하며 7개월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수급 공백은 기타법인이 일부 메웠다. 기타법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0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고, 최근 9거래일 순매수 규모는 1조원을 넘었다.
1일에도 기타법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6657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같은 날 외국인은 4867억원, 기관은 6340억원, 개인은 5398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이 흐름은 앞선 단일종목 상품 수급 변화와도 맞물린다. 본지는 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에서 개인투자자가 한 달 새 1조7730억원을 순매도했다고 전했다.
당시 수급 변화는 현금 3000만원 기본예탁금 기준 시행과 함께 나타났다. 개인 일반투자자가 국내외 상장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ETN을 새로 사거나 추가 매수하려면 현금 3000만원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외국인 매도 배경은 시기별로 다르게 해석된다. 상반기에는 코스피와 반도체 대형주의 상승으로 한국 주식 비중이 높아지면서 차익 실현과 리밸런싱 목적의 매도가 있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최근에는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장기 국채금리와 국제 유가 상승이 위험자산 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설명도 나온다. 반도체 대형주 수급과 원·달러 환율이 함께 움직일 수 있다는 점도 시장의 관심사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코스피가 큰 폭으로 오르는 동안에도 원화 가치는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약했다”며 “반도체 중심의 증시 쏠림이 재현될 경우 외국인 매도와 함께 원화 약세 압력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쏠림이 재차 강해질 경우 환율 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완화될 때마다 외국인은 대형 반도체주 순매수와 함께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며 “결국 외국인의 강한 수급이 코스피 상승 동력임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스피 상승 추세 연장을 위해선 외국인의 추세적 순매수 복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치 변수도 반도체주 평가에 끼어든 쟁점으로 제시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정치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산업과 지나치게 얽혀 있는 시장으로 비치는 것이 문제”라며 “정부와 정치권이 반도체산업에 대한 지원은 하되 경영과 투자 판단에는 개입하지 않고 산업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줘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수급은 국내 증시만의 단기 매매 지표에 그치지 않는다. 반도체 대형주, 환율, 금리, 유가가 동시에 움직이는 장세에서 외국인의 매수 복귀 여부는 코스피 흐름을 가늠하는 주요 기준으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