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의 장기 국채 바이백 확대가 신흥국 캐리트레이드 논쟁을 다시 키웠다. 장기금리 상승 압력이 낮아지고 달러가 약해질 경우 고금리 신흥국으로 자금이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과, 정책 신뢰를 해칠 수 있다는 비판이 맞서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8월 19일 10~20년물과 20~30년물 명목 국채 유동성 지원 바이백 규모를 회당 최대 20억 달러(약 2조7360억원)에서 최소 40억 달러(약 5조4720억원)로 늘린다고 밝혔다. 새 기준은 9월 9일부터 11월 4일까지 적용된다.
재무부는 장기 구간에서 시장 참여자의 매도 제안이 충분히 들어오고 있다며 유동성 지원 목적을 설명했다. 바이백은 정부가 시장에서 유통 중인 국채를 다시 사들이는 조치로, 통상 특정 만기 구간의 거래 부담을 낮추고 시장 유동성을 보강하는 데 쓰인다.
이번 조치는 미 재무부의 장기 국채 바이백 확대가 위험자산 유동성 해석으로 번졌던 앞선 논쟁과도 맞물려 있다. 당시에도 재무부 발표가 특정 자산 가격을 직접 움직였다고 단정하기보다, 금리와 달러 유동성 환경 변화가 위험자산 해석의 한 축으로 거론된다는 점이 핵심이었다.
캐리트레이드는 낮은 금리 통화로 자금을 빌려 높은 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달러 조달 비용이 낮아지고 환손실 부담이 줄면 브라질, 터키, 콜롬비아 같은 고금리 시장이 후보로 거론된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8월 5일 셀릭 금리를 14.00%로 낮췄다. 터키 중앙은행은 7월 23일 정책금리인 1주 레포 금리를 37%로 유지했고, 콜롬비아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12.0%다.
로빈 브룩스(Robin Brooks) 브루킹스 연구원은 8월 24일 공개 글에서 주요 10개국(G10)의 인위적 수익률 억제가 신흥국 캐리트레이드를 보조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 재무부의 바이백 발표 이후 달러가 신흥국 통화 대비 새 저점을 기록했다며 신흥국으로 큰 자금이 향할 수 있다고 적었다.
이 해석은 달러 약세와 고금리 신흥국 선호가 함께 작동할 때 가능한 흐름이다. 장기금리 상단이 눌리고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높은 명목금리를 제공하는 시장을 다시 살펴볼 수 있다.
단기 자금 흐름도 일부 개선됐다. 엘에스이지(LSEG) 리퍼 집계에서 8월 28일 기준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는 7억900만 달러(약 9700억원), 채권형 펀드에는 9억5600만 달러(약 1조3080억원)가 순유입됐다.
다만 이 수치만으로 추세 전환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캐리트레이드는 금리 차가 커도 환율이 반대로 움직이면 수익이 빠르게 훼손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반대 의견도 뚜렷하다. 스탠리 드러켄밀러(Stanley Druckenmiller) 투자자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장기채 바이백을 "실수"이자 "가격 관리"로 비판했다.
로이터는 해당 조치가 발표 직후 장기채 안도 랠리를 만들었지만 곧 되돌림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시타델증권(Citadel Securities)은 8월 24일 글에서 이번 조치가 전통적 의미의 양적완화가 아니며, 장기 금리를 누르는 시도는 "금융 억압" 논란을 부를 수 있다고 봤다.
신흥국 자금 흐름에는 되감기 위험도 남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4월 세계금융안정보고서에서 신흥국의 캐리트레이드 청산과 자본 유출이 통화 압력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투자자에게도 이번 논쟁은 환율과 위험자산 가격을 함께 봐야 하는 사안이다. 재무부의 확대된 장기물 바이백이 달러와 장기 국채 수익률 반응을 확인할 변수로 남았다는 점은 원화 환산 수익률과 해외 자산 투자 판단에도 연결된다.
9월 1일 아시아 시장에서는 이런 부담이 드러났다. 로이터는 대부분의 아시아 신흥국 통화와 주식이 유가 상승과 미국 금리 인상 기대 재부상으로 약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같은 날 원화는 0.5% 올랐지만, 인도네시아 루피아와 필리핀 페소는 각각 0.3% 내렸다. 미 재무부의 다음 바이백 규모 관련 설명은 11월 4일 분기 차환 일정에서 제시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