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붕괴론이 미국 부채와 장기금리 논쟁 속에 다시 번졌지만, 공식 통계는 달러가 여전히 세계 외환보유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준비통화 지위는 유지되고, 재정 부담은 커지는 두 흐름이 동시에 확인된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 COFER 자료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은 57.13%였다. 직전 분기 56.42%보다 높아졌다. 같은 기간 세계 외환보유액은 13조1000억 달러(약 1경7921조원)로 직전 분기 13조1500억 달러(약 1경7989조원)보다 소폭 줄었다.
제임스 리카즈(James Rickards) 데일리 레코닝 칼럼니스트는 8월 27일 칼럼에서 “달러의 선도 준비통화 지위는 위험에 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환보유액이 단순한 현금 더미가 아니라 달러 표시 미국 국채 같은 유동성 자산으로 운용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7월 16일 FEDS 노트에서 달러가 외환거래, 국경 간 결제, 공식 준비자산, 국제 채권·대출 표시 통화에서 중심적 지위를 유지한다고 정리했다. 연준은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결제가 달러를 대체하기보다 달러 접근과 이전 경로를 넓히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봤다.
COFER는 IMF가 집계하는 세계 공식 외환보유액의 통화 구성 자료다. 각국 중앙은행과 통화당국이 보유한 외화 자산 가운데 달러, 유로, 엔 등 주요 통화가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 보여준다. 준비통화 논쟁에서 달러 비중은 달러 수요와 국제 금융시장 신뢰를 가늠하는 대표 지표로 쓰인다.
논쟁의 다른 축은 미국 재정이다. 미 재무부의 2025회계연도 재정보고서는 회계연도 말 대중 보유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99%였다고 밝혔다. 의회예산국(CBO)은 2026년 이 비율이 101%, 2036년 120%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리카즈가 칼럼에서 언급한 123%는 총부채 기준 계산으로, 대중 보유 부채와는 지표 정의가 다르다. 총부채는 정부 내부 보유분까지 포함하지만, 대중 보유 부채는 민간과 해외 투자자 등이 보유한 부채를 중심으로 본다. 이 구분을 놓치면 부채 규모와 지속 가능성 논쟁이 서로 다른 지표를 두고 벌어질 수 있다.
리카즈가 언급한 총부채 기준과 CBO가 제시한 대중 보유 부채 기준은 지표 정의가 달라 함께 비교할 때 구분이 필요하다. 당시 CBO 전망에서도 공공보유부채는 2026년 GDP 대비 101%에서 2036년 120%로 오르는 경로가 제시됐다.
미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 확대도 시장 논쟁을 키웠다. 재무부는 10~20년물과 20~30년물 명목 국채의 유동성 지원 바이백 규모를 회당 최대 20억 달러(약 2조7360억원)에서 최소 40억 달러(약 5조4720억원)로 늘린다고 밝혔다. 새 기준은 9월 9일부터 11월 4일까지 적용된다.
바이백은 재무부가 시장에서 기존 국채를 다시 사들이는 조치다. 이번 조치는 부채를 줄이는 정책이라기보다 특정 만기의 유동성을 보강하고 국채시장 기능을 안정시키는 수단에 가깝다. 구조적 적자나 이자비용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장치로 보기는 어렵다.
로이터는 8월 19~21일 보도에서 바이백 확대가 금과 비트코인(BTC) 상승, 달러 약세 우려를 자극했다고 전했다. 일부 시장 참가자는 이를 장기금리 상단을 누르는 조치로 해석했다. 달러 방어책이라기보다 금리와 유동성을 둘러싼 정책 신호로 읽혔다는 뜻이다.
반론도 나왔다. 시타델증권은 재무부 조치가 ‘금융 억압’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일부 자산운용사는 바이백이 국채 만기 구조와 시장 유동성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구조적 적자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국 투자자에게 이번 논쟁은 달러의 종말 여부보다 달러 유동성과 비트코인 흐름의 연결 문제에 가깝다. 연준은 7월 16일 FEDS 노트에서 달러가 외환거래와 국경 간 결제, 공식 준비자산에서 중심적 지위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 TIC 자료에서 일본은 2026년 6월 기준 미 국채 1조1167억 달러(약 1528조원)를 보유한 최대 해외 보유국으로 집계됐다. 달러 체제의 핵심이 통화 이름보다 국채시장 규모와 유동성에 있다는 리카즈의 주장과 맞닿는 대목이다.
공식 통계가 달러 지위를 확인한다고 해서 미국 재정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달러 패권과 부채 지속 가능성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현재 확인되는 사실은 달러가 아직 중심 통화라는 점과, 그 중심을 떠받치는 국채시장이 더 큰 재정 논쟁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